[중소기업]공동브랜드로 판로개척 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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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소형가전 전문유통업체 콘타웨어㈜의 경기도 일산 본사 사무실에는 최근 회사를 찾아온 중소기업 사장들로 북적거린다.

주문자 생산방식 (OEM) 으로 대기업에 납품해오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이후 판로를 잃고 경영난에 시달려온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 회사가 지난 1월 개발, 전국 8백여개 유통망에서 판매하고 있는 공동상표 '제니스 (ZENIS)' 에 가입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유럽산 가전제품을 수입, 판매해오던 이 회사는 우리 제품의 가격이 20%가량 싸고 품질도 좋지만 판로를 구하지 못해 고전하는 현실을 지켜보다 중소 가전업체의 공동브랜드로 국내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이성전기.우트론전자 등 14개 업체와 공동으로 제판 (製販) 동맹을 맺어 공기청정기.진공청소기.헤어드라이어 등을 '제니스' 라는 현대적 감각의 상표로 재포장해 판매에 들어가자 그동안 국산제품을 외면해왔던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14개 업체의 매출이 지난 연말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최근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이같이 공동상표를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올들어 새로 등록된 5개를 포함해 지금까지 도입된 중기 공동상표는 30여종에 이른다.

공동상표 도입은 제조업에만 치중됐던 종전과는 달리 유통.레저분야까지 확산하고 있으며 이업종 (異業種) 끼리도 지역별로 연합하는 등 중소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서울동대문구 이업종 교류회의 경우 인성스포츠.대창개발.키친나라 등 관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참여하는 공동상표 '코스타 (KOSTAR, 한국의 별)' 를 개발, 티셔츠.스포츠용품.잡화 등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임퓨처 (IMFTURE) 는 최근 정호코리아.동그라미.신우스포츠 등 30여 업체가 구성한 중소기업협의회에서 내놓은 공동브랜드로 지난달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판촉행사와 회원업체 모집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부산의 신발.의류.가방업체들이 '테즈락 (TEZROC)' , 부천의 전기.전자업체들이 '데이타임' , 대구의 양말.우산.안경테 등 중소기업들이 '쉬메릭 (CHIMERIC)' 을 결성하는 등 지역별로 힘을 뭉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영실크.늘푸른집 등 6개 한복 제조업체는 공동판매법인 ㈜한국전통 한복산업을 설립하고 공동상표 '가례 (嘉禮)' 를 탄생시킨 데 이어 진주지역의 견직물 제조업체들도 공동상표 개발에 착수했다.

공동상표는 쌀등 농산물에도 도입되고 있다.

경기도 이천의 '임금님' , 여주의 '여마' , 안성의 '안성마춤' , 김포의 '5천년 전통' 양평의 '첫사랑의 맛' 등이 그것. 유통과 레저부문에서는 레드애플 (통신판매).KGB (이사짐 센터).코사 (슈퍼 마킷).맛깔로 (과일가게) 등이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대기업 납품에만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이 취약한 유통망을 극복하고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공동상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며 "대부분 소비자들의 알뜰구매 풍조에 알맞은 중저가 제품들이어서 앞으로 많은 인기를 끌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영책임 분산 등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회원사간의 품질편차에 따른 품질저하.애프터 서비스의 미비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결국 영세상표로 전락해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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