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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본 안도 타다오 '신비의 건축' 대표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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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나는 건축이 많은 말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조용히 있으면서 빛과 바람의 모습을 한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것이 건축이라고 믿는다. " 95년 건축분야의 노벨상 격인 미국 프리츠커상을 받으면서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 (安藤忠雄.57) 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말처럼 그는 설계한 건물에 반드시 자연을 끌어넣어 그 곳에 사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에게 뜻밖의 만남을 요구하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그래서 불리기를 '감성의 건축가' 이고 '신비한 공간의 연출가' 다.

일본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면서도 프리츠커상 외에 이탈리아의 알바 알토상.프랑스 건축아카데미대상.미국 건축가협회의 아놀드 브루너기념상 등 세계적 건축상을 모조리 받은 안도 타다오의 세계를 소상히 소개하는 대규모 건축전이 열리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2일 개막한 '안도 타다오 ; 건축, 그 창조의 과정' 전에는 1970년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그의 대표적 건축물 20여 점에 대한 드로잉.스케치.사진.모형 등 1백95점이 소개 중이다.

오사카의 서민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4살때 목수의 도제로 7평짜리 집을 지은 것이 계기가 돼 그후 실내 디자인.가구제조.건물개축 등의 일을 거치면서 건축가로 성장했다.

정규 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동경대 건축학과교수로 임명된 그에게 가장 힘이 됐던 건축공부는 여행. 21살 때부터 8년간 미국.유럽.인도.아프리카 등지를 돌면서 건축과 지역적 감성.정서를 배웠다.

콘크리트.철.유리 등 한정된 건축재료를 쓸 수밖에 없는 현대건축에서 개성을 나타내는 것은 '전통적 감성을 담은 자연과의 교감' 이라는 것이 그때 형성된 그의 한결같은 테마다.

건축가로서 데뷔작은 76년 오사카 전통 서민가옥인 나가야 (長屋.한 용마루 밑에 칸을 나눠 연립주택처럼 지은 것) 를 노출 콘크리트로 다시 지어보인 것. 79년 일본 건축학회상을 받은 이 집은 17평짜리 작은 규모지만 3분의 1 가깝게 과감히 자연공간을 끌어들인 주택이다.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방과 방 사이를 건너가야 하는데 이런 과거의 불편함을 현대적 개성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기능 편중의 현대건축에 새로운 문제제기를 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88년 홋카이도에 지은 '물의 교회' 는 이듬해 설계한 오사카 '빛의 교회' 와 함께 그의 대표작. 교회 제단 뒷면을 유리로 처리하고 밖에는 인공호수를 파 물 위에 십자가를 세운 건물이다.

물 위의 십자가와 바람에 일렁이는 수면이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의 경건함을 신앙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개막식 인터뷰에서 그는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 고 했다.

이번 서울전시는 일본 국제교류재단.아사히신문.안도 타다오 해외전시후원회 등이 후원했으며 일본에서 대거 건너온 그의 팬들로 개막일 전시장이 북적거렸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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