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당근은 없다” … 군사대응 강도 높이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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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나 세계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모든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대통령의 첫째 과제”라면서 “(예방) 조치들이 취해졌고, 취해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강경 대응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실행 중인 예방 조치의 윤곽들은 미국 언론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공중발사 레이저(AirBorne Laser·ABL)를 이용한 미사일 요격 실험, 대량살상무기 선적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 선박 강남호 추적, 하와이에 미사일방어망 구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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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처럼 군사적 대응 준비를 공공연하게 강조하는 이유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엔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다는 원칙을 고수함에 따라 실제로 군사력을 통해 미국의 안전을 지켜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기브스 대변인은 “북한은 많은 경우 위협하던 것을 결국 실행했다”며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느끼고 있는 정서를 드러냈다. 미국과 일본의 정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전후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2006년에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올 5월 25일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였다.

그러나 미국은 월등히 앞선 군사력을 바탕으로 북한을 압박할 경우 오히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미국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면, 북한은 현격한 군사력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ABL의 최적 활동지는 한반도=미국이 미사일 요격 실험에 성공한 공중발사 레이저를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한반도 상공이다. 보잉 747-400F에서 발사하는 레이저빔은 액체 추진제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600㎞ 거리에서, 고체형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300㎞ 밖에서 요격할 수 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중국·러시아는 미사일 발사기지가 내륙 깊숙이 있어 ABL 요격이 어렵다. 반면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반도 상공이나 동해 상공에서 곧바로 요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잉 항공기에 탑재된 레이저 발생장치에서 만들어진 메가와트급 고에너지 레이저빔은 항공기 맨앞의 코(돔)를 통해 발사된다. 레이저빔은 한반도 인근 상공을 비행하다가 북한에서 발사된 탄도 미사일이 고도 30∼40㎞로 상승한 초기 단계(미사일 발사된 지 8∼12초 후)에서 요격한다. 레이저빔이 3∼5초가량 연속으로 미사일을 쏘면 미사일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ABL이 1차 요격에 실패하면 곧바로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 미사일이 발사돼 요격을 시도한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ABL을 사용하기 위해 2000년 전후에 한반도 상공의 대기상태를 측정해 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서울=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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