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인사는 외부 자문 그룹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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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명박 대통령의 젊은 검찰총장 내정에 대해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성관(51·사시 22회)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선에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철학이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23일 대구·경북(TK) 출신 임명 때마다 나왔던 ‘형님 인사’란 프레임에서 탈피해 대통령의 독자적인 검찰 개혁의지가 담긴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민정수석실에서 추천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검찰 개혁의 적임자를 고심해 선택한 것”이라며 “(추천과정에) 대통령에게 민정라인 외에 사정 분야를 조언하는 별도의 자문그룹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발표 직전까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인사비서관 등 청와대에서도 극소수만이 알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박희태 대표를 포함한 한나라당 지도부에도 발표날인 21일 오전에 내정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당내 한 친이계 의원은 “권력기관인 검찰총장 인선에서 형인 이상득 의원의 입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 의원의 ‘2선 후퇴’가 반영된 인사”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 의원은 이달 들어 검찰총장·국세청장 인선이 진행되던 동안 지역구인 포항에서 계속 머물렀다고 한다. 이상득 의원의 한 측근은 “2선 후퇴 선언 이후 대통령을 만난 일도 없다”고 전했다.

법조인 출신의 한 재선의원은 “천성관 카드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통해 전임 정권에서 임명됐던 고위 간부들을 무리 없이 인적 쇄신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검찰 개혁이 가장 중요한 인사 요소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의원도 “대통령이 검찰 조직에 강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했다.

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인 장윤석 의원도 천 후보자에 대해 “1989년 법무부에서 검찰 3과장할 때 천 후보자가 송광수 검찰2과장(전 검찰총장) 밑에서 근무했다”며 “젊은 평검사 때부터 사고와 행동이 유연하면서도 원칙에 충실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평했다. 당내에선 천 후보자와 이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39·사시 35회)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상무와의 인연도 화제가 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이 상무는 천 후보자가 99년 부산지검 공안부장, 2003년 수원지검 2차장검사(공안·특수)일 당시 휘하 검사로 근무했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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