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 폭동에 멍드는 월드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74년 토트넘 핫스퍼 홈경기 관중난동, 75년 리즈 유나이티드 팬들의 파리 폭동, 84년 살인까지 부른 파리의 영국팬 소요, 그리고 85년 39명이 사망한 브뤼셀 헤이즐 스타디움의 참사. '영국과 축구의 오점' 훌리건들이 일으킨 대형사고 목록표의 일부다.

'깡패' '부랑자' 등의 뜻인 훌리건 (hooligan) 이란 말은 이제 '극성축구팬' 들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주요 축구대회마다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이들은 이번 98월드컵에서도 예외없이 사고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원조격인 영국 축구광들뿐만 아니라 주최국 프랑스.튀니지.자메이카 등 국적마저 다양해지고 있다.

월드컵 첫 출전의 감격을 누리고 있는 일본에서도 극렬팬들이 포함돼 '가미카제 훌리건' 이란 별명이 붙었다.

이들은 프랑스 입국 때부터 얼굴에 요란한 보디페인팅을 하고 나타나더니 거의 매일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25명이 체포된 개막식 전야제 패싸움에 이어 14일에는 마르세유에서 첫 경기를 앞둔 잉글랜드와 튀니지의 축구팬들이 길거리에서 '전초전' 을 벌였다.

이 폭력사태에서 이들은 차를 뒤집고 정거장을 습격하는 등 거리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한명이 중태에 빠졌고 수십명이 부상했으며 8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폐막까지 앞으로 한달. 이 기간에 이들이 무슨 일을 더 일으킬지 몰라 프랑스 치안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왕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