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언더만화 페스티벌]1.고정관념 무차별 난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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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7월1일~8월9일까지 금호미술관 기획초대전으로 마련된 '98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만화페스티벌' (주최 모던코믹스 봄.후원 중앙일보) .전시될 내용을 만화.애니메이션.회화 등으로 나누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히스테리' '화끈' 등 언더그라운드 만화잡지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총출동해 30여 점의 만화를 선보인다. 김형배.장태산.차성진.김진 등 기성작가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채롭다.

'잔혹' 이라는 전시회 주제를 염두에 두고 음미하다 보면 고정관념이 끼어들 틈은 점점 좁아질 것. 대표적인 것이 '아이 러브 산타' (이경석 작) .

'산타 - 사슴' 의 훈훈한 노사관계는 말 그대로 고전일 뿐. 표지그림은 죽인 사슴을 자루에 담아 녹용을 팔러 발걸음을 재촉하는 산타를 보여준다.

"산타 하면 떠오르는 성탄절의 따스한 분위기나 동심의 세계는 없다는 거다. 산타의 선물은 정상적이 아니라 통념을 깨는 것들" 이라는게 이씨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극장에서 앞자리에 앉은 사람때문에 불평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산타의 선물은 앞자리 사람의 잘린 목이다.

'더 세일 (The Sale)' (서범강 작) 은 식당 간판에 '귀엽고 즐거운 캐릭터' 로 표현된 닭.돼지들의 모습을 그렸다.

서씨는 "고기로 먹힐 동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인간이 임의적으로 미화해놓은 모습은 정말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각적으로 찌르고 피흘리는 잔인함보단 멀쩡한 모습 아래 감춰진 진짜 잔혹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고 말한다.

그는 역 구내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며 앞사람 등을 밀치고 싶다든가 천진하게 뛰노는 애들을 보면 쥐어박고 싶어진다든가 하는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즐거운 상상' 을 그림으로 옮긴다.

억압받던 지하인간이 마침내 땅을 뚫고 인간세계로 솟아오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언더그라운드 휴먼' (오영진 작) .톡 쏘는 풍자가 겨냥하는 표적은 시대착오적인 검열제도가 존재하는 현실일 수도 있고 언더그라운드 작가들을 외면해왔던 주류 상업만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밖에 동양화 전공이라는 점을 십분 살려 화선지에 동양화 물감을 이용, 만화와 회화의 접목을 시도한 '소울 숍 (Soul Shop.오윤경 작)' 등도 눈에 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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