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검찰은 법치를 확고히 지켜나가면서도 기존의 수사 관행에 무엇이 문제인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에 내정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대통령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검찰 개혁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요구 사항은 21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선 배경을 설명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나타났다. 이 대변인은 “미래 지향적인 검찰상을 구현하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해 검찰조직 일신 차원에서 발탁했다”고 말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제기되는 검찰 개혁 요구에 임명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공식적인 숙제를 부여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도 높은 검찰 개혁에 대한 ‘화두’를 새 검찰총장 인선을 통해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한변협은 이날 사법 개혁에 대한 대(對) 정부 건의문을 발표하면서 검찰의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변협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제도적 보장 ▶피의자 및 참고인 소환 횟수 제한 ▶지나치게 광범위한 압수·수색 억제 ▶피의자·참고인 조사 시 변호인 입회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이미 민주당은 ▶대검 중수부 폐지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피의사실 공표죄 처벌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도 검찰 개혁을 위한 위원회 구성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검찰 개혁은 천성관 후보자에게 맡겨진 최대 현안이 된 모양새다. 천 후보자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검찰이 더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국민에게 보다 잘 봉사할 수 있는 조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개혁과 쇄신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을 유보했다. 그는 “언제든지 사는 게 개혁이고 개선이 아니냐”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좀 더 나은 조직으로 되게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게 개혁 과제일 수도 있고, 변화해 가는 모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에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꾸리고 청문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다음은 천 후보자와 기자들의 문답.
-중수부 폐지론이 나오고 있다.
“검찰 본연의 임무 중 하나가 부정부패를 어떻게 다스릴 것이냐다. 그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는 어딘가 있어야 한다. ‘어디에 있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잘 검토해서 좋은 결론이 나도록 하겠다.”
-검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상은.
“검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하루 이틀 어떤 제도를 시행하거나 해서 될 일은 아니고, 결국 국민의 신뢰라는 것은 그 기관이 자기 일을 꾸준히 잘할 때 생기고 그렇게 생겨야 바람직하다.”
-정부가 바뀌면서 인권보다 공안을 중시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시라면 모를까 공공의 안녕이 인권보다 더 중시된 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에 개별 업무에서 인권이 침해된 사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한쪽이 더 강조되고 나머지가 덜 강조된 경우는 없다고 본다. 공안이 잘 보장돼야 인권도 지켜진다. 도둑이나 강도가 날뛰면 인권이 잘 보장되기 어렵다.”
김승현·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