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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전 가전 제품 구입도 재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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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이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전력 소모도 그렇다. 소모량이 10년간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 전기요금 절감 효과와 함께 오염물질 배출도 줄었다. 다음 달 전기요금이 오를 참이라 절전형 가전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업계에서는 구형 모델을 알뜰하게 오래 쓰는 것도 좋지만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길게 보면 경제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기료 절감분과 제품 가격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효율 가전 대중화=여름철 에어컨은 전력사용 급증의 주범으로 자리 잡았다.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은 더욱 가파르게 늘어난다. 냉방능력이 7200W(옛 18평형에 해당)인 LG전자의 스탠드형 에어컨 1999년형의 전력소모는 월 453㎾h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258㎾h로 줄었다. 삼성전자의 59㎡(15평) 스탠드형의 전력소모도 월 378㎾h(2002년형)에서 2009년형은 204㎾h로 확 줄었다.

권혁국 삼성전자 상무(생활가전사업부)는 "효율이 높은 인버터 방식을 채택하면서 에어컨의 소비전력이 급속도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약한 냉방이 필요할 경우에는 실외 압축기를 10%만 운전하고 순간적으로 강력한 냉방이 필요하면 160%까지 가동한다는 것이다.

냉장고는 에어컨보다 소비전력이 적지만 하루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전기소모가 꾸준하다. 1997년 삼성전자가 처음 출시한 양문형 냉장고 지펠의 소비전력은 674L 기본형 기준으로 월 58㎾h였다. 2009년형 지펠 퍼니처스타일 740L 홈바형은 월 36㎾h로 낮아졌다. LG전자 730L 제품의 소비전력도 1999년 월 70㎾h에서 올해 35㎾h로 낮아졌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그보다 절전폭이 크다는 것이 가전업계의 주장이다.

LG전자 냉장고연구소의 김신일 수석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강화된 소비전력 기준을 적용한 뒤 제품에 표기되는 수치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빈 냉장고를 대상으로 한 KS 기준을 썼지만 이제는 70% 정도 내용물이 찬 것을 상정한 국제기준(ISO)을 쓴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소비전력은 10년 새 3분의 1이 됐다는 설명이다.

◆오염물질 감소도=에어컨과 냉장고는 월간 소비전력을 기준으로 전력소모를 표시한다. 냉장고는 하루 24시간 틀어놨을 경우, 에어컨은 하루 7시간 가동했을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만약 10년 전 구입한 냉장고를 사용할 경우 신형보다 월 20㎾h 정도 전력소모가 많다. 월간 전력소모가 300㎾h 미만인 가정이라면 추가 전기료가 3000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500㎾h를 초과하는 경우라면 1만3000원 차이가 난다. 전력소모가 500㎾h를 넘으면 1㎾h당 643.9원을 부과하는 누진제 때문이다.

에어컨의 경우는 격차가 더 크다. 월 200㎾h 정도의 소모전력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500㎾h 이상의 전기를 쓰는 가정은 한 달에 12만원 정도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여름 석 달만 가동해도 36만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전자업체들은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이라면 고효율 가전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아낀 전기료로 제품 구입 가격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월 300~400㎾h 정도로 적게 쓰는 가정은 전기료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또 2002년 이후 구입한 제품도 효율이 괜찮아 지금 교체해도 전기료 절감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가전제품 등의 에너지효율 등급을 매기는 곳이다. 하지만 그는 “소모전력 1㎾h를 줄일 때마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0.5㎏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어 환경보호에 분명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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