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빅딜 파문]재계 부인속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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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2월 현정권 등장을 전후해 한동안 나돌다 잠복했던 빅딜설이 재차 확산되자 재계는 진위 파악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특히 해당기업들은 동요를 의식해 일제히 부인하고 나섰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79년이래 정치권이 주도하는 기업간 사업교환이 수차 추진됐지만 한 건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며 "왜 아직도 이런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관계자들은 "강제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것 같다" 며 못마땅해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자동차의 경우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하는 '판매전략회의' 에서 대책을 협의하는가 하면 그룹에 사실여부를 타진하는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 삼성자동차 관계자는 "그룹측에서 자동차사업을 미래 주력업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언질을 받았다" 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룹측은 12일 오전7시 사내방송을 통해 '자동차사업을 계속 추진하겠으니 동요하지 말라' 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낼 예정.

○…LG측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 LG반도체 관계자는 "빅딜 관련 보도를 접한 구본준 (具本俊) 사장이 그냥 웃고 넘어갔다" 고 밝혔고 그룹측도 "아는 바 없다" 는 말만 되풀이. 그러나 LG는 이날 오전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회의에 참석했던 이문호 (李文浩) 본부장이 오후에는 관련임원을 잇따라 불러 향후 대응방안을 숙의하는 등 긴박한 모습.

○…한편 재계는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 총재가 빅딜의 아이디어 산실로 별동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움직임을 챙기는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 며 "어느정도 합의가 이뤄진 내용을 언론이 보도하자 재계와 정치권이 다소 혼선을 빚는 모양" 이라며 "빅딜이 일단 수면위에 올라온 이상 어떤 형태로든지 결말이 날 것" 이라고 전망.

○…빅딜 대상으로 거론된 업체 직원들도 눈에 띄게 동요하는 가운데 '영업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며 걱정. 한 삼성자동차 영업사원은 "차를 산 고객들이 앞으로 애프터서비스는 어떻게 되느냐는 등의 문의를 해온다" 며 "바로 실천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일을 왜 미리 터뜨리는 지 모르겠다" 며 불만을 토로. 현대석유화학 직원들도 "해외 바이어들이 계속 거래를 해도 괜찮느냐고 문의해 오는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하소연하기도.

은행 역시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실제 성사가능성에 대해서 은행마다 의견이 엇갈려 "결국 정부의지에 달린 문제 아니겠냐" 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그룹간에 이해관계가 도저히 맞아떨어질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경제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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