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실 개관 특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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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실 ( 'Art of Korea' Gallery) 개관을 기념하는 한국미술 특별전이 9일 (현지시간) 일반에 개막됐다.

전시회는 첫 날부터 많은 관람객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박물관 2층에 자리한 48평 크기의 한국실에 들어서면 일단 아늑하다는 느낌. 천을 통해 걸러진 반투명 일광과 백색의 실내 벽면이 간결하면서도 개방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성미 (李成美)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한국실은 구조와 채광, 전시품의 배치 등에서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며 "박물관 직원들도 한국실을 메트로폴리탄에서 가장 특이한 방으로 꼽는다" 고 소개했다.

국보급 22점을 포함, 1백여 점에 이르는 특별전 전시품은 출입구에서부터 벽면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선사시대 및 고려자기' '조선시대 회화' '조선시대 도자기' '3국 및 고려시대 불교미술' 로 구분돼 진열됐다.

중앙벽에는 풍속화 등이 걸렸고, 미륵반가사유상 (彌勒半跏思惟像.국보 78호) 등 덩치 큰 작품들이 군데군데 별도로 전시됐다.

이번 전시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국내 미술관, 개인 소장가들로부터 대여한 작품에 자체 소장품을 보탠 것들로서 가히 한국미술의 진수 (眞髓) 로 꼽을 만한 작품들이다.

8일 열린 프리뷰 행사 때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기자 애너 쿠치멘트가 현장에 있던 정양모 (鄭良謨)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붙잡고 던진 질문 중 하나가 "한국미술이 중국.일본 미술과 어떻게 다른가" 였다.

鄭관장은 이 물음에 전시중인 18세기 조선백자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중국.일본의 도자기와는 달리 꾸밈이 없고 선도 아주 여유있게 흐르지 않는가.

다시 말해서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 자연의 외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동양미술 자문위원장인 웬 퐁 교수 (미 프린스턴대학.회화사) 도 "한국미술은 처음에는 무미한듯 하지만 일단 '맛을 들이면' 굉장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며 비슷한 말을 했다.

한국실은 한국국제교류재단가 출연한 건축비 3백만달러와 삼성문화재단이 내놓은 '이건희 한국미술기금' 2백만달러를 들여 재미건축가 우규승 (57) 씨가 설계했다.

81년 열린 '한국미술 5천년전' 이후 17년만에 다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찾은 한국 미술품들은 내년 1월24일까지 미국인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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