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미]DJ-클린턴 단독대좌.백악관 환영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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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9일 낮 (한국시간 10일 새벽) 정상회담은 양국 파트너십을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안보공조는 물론이고 경제협력의 지평도 넓혔다고 양측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리측 수행원들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고 강조했다.

국내정치용이란 성격이 더 짙었던 외화내빈형 회담이 아니고, 서로의 국익 증진이란 결실을 본 실사구시 (實事求是) 형 회담이었다고 한 고위 수행원은 규정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이란 金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미국 국가이념과 합치하고, 金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이 서로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이런 회담이 가능했다고 이 수행원은 분석했다.

회담의 포인트는 한.미 투자협정 체결 약속으로 대표되는 경제협력 강화. 우리측은 "투자협정은 한.미 기업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기 위한 것" 이라고 밝혔다.

미국기업의 선진.첨단기술과 국내기업의 생산.마케팅기술을 결합시켜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金대통령은 이를 위해 미국 기업의 투자에 대한 규제혁파, 지적재산권 보장을 약속했다.

이에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면 미국 정부는 보증을 서는 등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남북관계.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두 정상의 견해가 일치했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관계는 남북 당사자가 개선을 주도하고, 미국은 측면지원하길 바란다는 金대통령의 희망에 클린턴 대통령은 이견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그 대신 金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對北) 경제제재 완화문제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남북관계 개선없이 대북 경제제재를 풀어선 안된다는 '김영삼 (金泳三) 정부' 때의 고리를 풀고 "미국이 알아서 할 일" 이라는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백악관 공식 환영행사

○…金대통령 내외는 9일 오전 (한국시간 9일 밤) 백악관 남서문을 통해 국가원수들의 출입구 (Diplomatic Entrance)에 도착, 미측 공식환영식에 참석했다.

金대통령 내외는 군악대의 연주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프렌치 미 의전장 안내로 클린턴 내외와 첫 인사를 교환했다.

金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앨 고어 부통령부부.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헨리 셜튼 합참의장 등 미측 환영위원들을 소개받은 뒤 클린턴 대통령의 안내로 사열대에 올랐다.

양국 국가 연주와 예포 21발 발사 뒤 양국 정상은 의장대를 사열했다.

金대통령은 답사를 통해 "내가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40년 동안 박해를 받고 있을 때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이 구원이 되고 격려가 됐다" 며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승리는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미국 국민의 승리" 라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한국은 독재의 유산을 일소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 실천하려는 새로운 투쟁을 시작했다" 며 "나와 우리 국민은 이 투쟁에서 승리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지금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 며 "클린턴 대통령의 역할이 지금처럼 요청된 때는 없었으며, 한국 국민의 이목이 우리 두 사람의 회담에 집중돼 있다" 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金대통령 내외는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클린턴 대통령 내외의 안내를 받으며 백악관 2층 블루 룸으로 이동, 방명록에 서명했다.

양국 정상 내외는 한국측 공식수행원과 미국측 환영위원들을 접견하고 음료를 들며 잠시 환담. 양국 정상은 클린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40분 동안 단독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는 우리측에서 박정수 (朴定洙) 외교통상장관.이홍구 (李洪九) 주미대사.임동원 (林東源) 청와대외교안보수석.권종락 (權鐘洛) 외통부 북미국장 등이, 미국측에서 고어 부통령.올브라이트 국무장관.샌디 버거 백악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캐비닛 룸에서 양국 당국자가 9명씩 참석한 가운데 40분 동안 확대정상회담을 열었다.

金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동안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는 힐러리여사 집무실인 옐로 오벌 룸에서 20분 동안 환담했다.

워싱턴 =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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