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클린턴 정상회담]한미투자협정 내달 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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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 = 이상일 기자]미국을 국빈 방문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9일 낮 (한국시간 10일 새벽) 워싱턴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잇따라 갖고 7월중 한.미 투자협정을 체결키로 하는 등 미국의 대한 (對韓) 투자 확대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金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투자 관련 규제를 혁파하고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경우 미국 정부는 해외투자보증공사 (OPIC) 를 통해 보증하는 등 적극 지원할 것과 제조업.금융.부동산.벤처 분야를 망라한 대규모 대한 투자조사단을 조속히 한국에 보낼 것임을 약속했다고 정부 고위 소식통이 밝혔다.

양국 정상은 과학자 교류 등 과학기술 협력 강화와 벤처기업 경영기법 지원 등을 논의할 '한.미 소프트웨어 협력위원회' 를 구성키로 했으며, 빠른 시일안에 서울에서 한.미 투자포럼을 다시 열기로 했다.

金대통령은 한국의 경제개혁조치들이 아시아에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발전을 대표하는 모델임을 설명하고, 한국의 경제난 극복을 위해 한.미 자동차협상의 원만한 타결과 미국의 슈퍼 301조 발동 자제를 희망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상호 공조를 통한 포용력 있는 정책을 구사하기로 합의했으며, 金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對北) 경제제재 완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金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폭과 그 속도는 미국측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말하고 "다만 그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해주길 바란다" 고 덧붙였다고 정부 소식통들은 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이 대남 (對南)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일때 미.북관계 개선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대북 경수로사업의 차질없는 진행을 확인하면서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계속 철저히 이행하도록 국제적인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金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 국무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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