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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캡슐’ 피망과 파프리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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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15면

요즘 제철을 맞은 피망과 파프리카는 원래 같은 채소다. 원산지는 중남미이며,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유럽으로 가져간 것이 전 세계에 퍼졌다. 피망(pimientos)은 프랑스어이고 미국에선 ‘sweet pepper’ ‘bell pepper’라고 부른다. 파프리카(paprika)는 네덜란드어로 피망을 가리킨다. 그래서 유럽에선 ‘파프리카=피망’이다. 우리나라엔 개량된 피망이 10년 전 ‘파프리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피망과 파프리카를 다른 채소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둘을 굳이 나누자면 피망은 ‘단 고추’이고 파프리카는 ‘착색(着色) 단 고추’다. 파프리카는 ‘컬러 피망’이란 별명답게 붉은색·녹색·주황색·노란색·보라색·회색·갈색 등 모두 12가지 색이 있다. 여러 색이 얼룩덜룩 섞인 네덜란드 파프리카도 있다. 이와는 달리 피망은 녹색 아니면 붉은색이다. 가격은 파프리카가 피망보다 비싸다.

‘서양 고추’인 피망은 고추와는 달리 맛이 달다. 파프리카는 피망보다 단맛이 강하다. 채소보다는 오히려 과일 쪽에 가까운 맛이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며 맵지도 않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서다.

영양적으론 변비 예방에 효과적인 식이섬유,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이 상당량 들어 있다. 또 ‘비타민 캡슐’이라 불릴 만큼 베타 카로틴(체내에 들어가 비타민 A로 바뀜), 비타민 C 등이 풍부하다.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베타 카로틴은 지방에 녹는 지용성(脂溶性)이다. 그래서 피망이나 파프리카(이하 피·파)는 기름에 살짝 볶아 먹거나, 샐러드로 즐길 때는 식용유를 살짝 뿌려 먹도록 권한다. 베타 카로틴은 붉은색·주황색에 특히 많다. 붉은색·주황색 파프리카나 붉은 색 피망엔 녹색에 비해 베타카로틴이 10∼20배나 더 들어 있다. 피·파를 삶거나 끓이면 베타 카로틴은 대부분 파괴된다. 그러나 피·파에 든 비타민 C(항산화 성분)는 가열해도 거의 그대로다. 다양한 색깔의 피·파 중에서 비타민 C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붉은색 피망(100g당 191㎎). 녹색 피망(53㎎)이나 노란색 파프리카(108㎎)에 비해 함량이 2∼4배 많다. 특히 피·파엔 비타민 C가 산화되는 것을 막아 주는 비타민 P도 들어 있어 비타민 C를 더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최근 파프리카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맛이 달지만 100g당 열량은 11(녹색)~34㎉(주황색)에 불과해서다.

피·파는 육류·생선·샐러드 등 거의 모든 요리에 잘 어울린다. 가장 알차게 먹는 법은 생으로 먹는 것이다. 가능하면 여러 색깔의 피·파를 골고루 섞어 먹는 것이 좋다. 녹색엔 엽록소(클로로필), 보라색·갈색엔 안토시아닌, 붉은색·노란색·주황색엔 베타 카로틴 등 색깔에 따라 웰빙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과·레몬·토마토 등과 함께 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마늘·올리브유·치즈·소금과 함께 믹서에 간 뒤 잼 대신 빵에 발라 먹는 것도 방법이다. 곱게 채 썰어서 샐러드·잡채·냉채·피자·칼국수·도시락 반찬 등에 넣으면 눈이 즐거워지는 음식이 된다. 파프리카는 약간 통통하고 모양이 반듯한 것, 피망은 열매의 크기가 작은 것이 더 맛있다. 열매에 반점이 있는 것은 낮은 저장온도, 일부 붉은색을 띤 것은 과숙(過熟)이 원인이기 쉽다.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두면 열흘 가량 보관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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