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한나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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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이 지방선거 수도권 참패에 이어 정계개편이라는 외환 (外患) 과 당권싸움이라는 내우 (內憂)에 맞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권이 벌써 한나라당 소속의원을 상대로 개별접촉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당지도부에 전해지고 있다.

당권고수를 주장하는 조순 (趙淳) 총재 등 소위 당권파와 '즉각적인 전당대회소집→총재경선' 을 요구하는 이회창 (李會昌) 명예총재.김윤환 (金潤煥) 부총재 중심의 비당권파간 갈등도 증폭될 조짐이다.

특히 수도권 (서울.인천.경기) 의원들의 동요는 주초부터 가시화할 전망이다.

이들 지역에서의 66개 기초단체장선거 가운데 52개를 여권이 차지, 상당수 의원들이 총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된 때문이다.

가장 시선을 모으는 곳은 인천이다.

인천은 한나라당 잔류의원 전체가 여권의 영입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에선 10개 기초단체장중 단 한곳도 건지지 못했을뿐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도 여권후보에게 10%이상 형편없이 뒤떨어졌다.

25곳중 20곳을 여권에 헌납한 서울과 31개중 22개 지역을 내준 경기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권이 눈독을 들여온 서울의 P.N의원, 경기의 4명의 L의원, J.P의원 등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줄줄이 패배, 여당행이 유력한 인사들이다.

지도체제 개편도 쉽지 않은 논란거리다.

비당권파는 주초부터 조기전당대회 소집요구를 제기할 태세다.

특히 李명예총재와 김윤환 부총재를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는 趙총재의 5일 '당권고수' 발언이 있자 실력행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주초부터 계보모임 등을 통한 집단행동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반면 趙총재의 입장은 더욱 완고해졌다.

강원승리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보선을 통한 원내진입을 검토중인 趙총재는 적어도 올해안에는 전당대회를 열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한동 (李漢東).김덕룡 (金德龍) 부총재 등 범당권파도 일단은 趙총재 편이다.

이래저래 격돌이 불가피한 셈이다.

더구나 趙총재가 거부하면 전당대회 소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나라당 내분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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