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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향한 열정, 지상에서 바다밑으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9호 07면

1 다미아니의 친칠라 목걸이2 포라티 브랜드의 카밀라 반지3 아우토레의 오세아니아 컬렉션 브로치4 누벨 바그 브랜드의 에나멜 팔찌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비첸자는 건축가 팔라디오의 작품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다. 비첸자는 또한 발렌자, 아레조와 함께 이탈리아 3대 귀금속 가공 도시 중 하나다. 세계 4대 주얼리 전시회 중의 하나로 꼽히는 전시회가 비첸자에서 1년에 세 차례 열린다. 1월과 5월, 그리고 9월이다.

이탈리아 비첸자 보석전시회로 본 올 상반기 세계 보석 트렌드

난 지난 14년간 이곳에서 열리는 주얼리 전시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지만 올해만큼 한산한 전시는 본 적이 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전시회보다 방문객이 30%나 줄었다고 하니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비첸자 주변에는 약 3000개의 귀금속 가공업체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600여 개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소수의 회사들이 적은 수나마 신제품을 선보여 바이어들의 발걸음을 헛되게 하지 않았다. 올해에는 접시를 아래위로 포개어 놓은 것과 같은 볼륨감 있는 펜던트의 상부를 물결 모양이나 꽃 모양으로 투각 장식해 다이아몬드를 박고 아랫부분은 그의 그림자와 같이 같은 무늬로 장식해 가볍지만 화려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많았다.

블랙 로듐으로 도금한 위에 화이트와 실버 다이아몬드를 박아 전체적으로 블랙 앤드 화이트의 부드러운 명암을 주거나, 다이아몬드가 박히지 않은 금 부분을 검게 도금해 다이아몬드를 부각시키는 효과도 강조됐다.불경기임에도 주얼리 자체의 크기는 예전보다 커졌고, 평면적이던 주얼리가 점점 더 입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는 추세는 여전하지만 지상에서 해저로 바뀐 것이 또 하나의 변화 요인이다. 꽃과 나비는 물론 물고기와 산호, 그 외의 바닷속 세계가 주얼리에 많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재질 면에서는 레드골드의 사용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2009년 말과 2010년부터는 옐로 골드가 돌아올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얼마 전 열린 밀라노 텍스타일 전시회에서 발표한 2010년 패션 컬러 트렌드 중 다수가 녹색과 금색의 매치, 혹은 녹색과 은색의 매치, 레이스 천, 그리고 많은 베이지 색상과 자연 주제의 프린트 무늬였기 때문이다.

또 올해 비첸자 전시회에서는 외국 기업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외국 회사의 부스는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지난해 5월부터 외국 브랜드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아시아 브랜드와 남양진주를 주로 사용하는 호주 브랜드 아우토레(AUTORE) 등이 참여했다.

경기 침체 때문에 전시회 자체는 위축된 모습이었지만 전시회 개막식에서 비첸자 박람회 메나린(Menarin) 회장의 연설은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1955년 연설을 인용했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생각이다.

“위기는 인간과 나라에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위기는 진보를 가져온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창조력은 고뇌로부터 비롯된다. 새로운 고안, 새로운 발견, 그리고 위대한 전략들은 위기 중에 탄생한다. (…)

무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위기다. 가장 불편한 존재들은 그들이 가진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게을리 하는 사람과 나라들이다. 위기 없는 도전은 없고, 도전 없는 삶은 판에 박힌 일상이며,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고통이라 할 수 있다. 위기 없이는 아무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안에 있는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위기상황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무대로 활약 중인 보석디자이너. 유럽을 돌며 각종 전시회를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 『더 주얼』(2009)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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