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3집 이번엔 자기성찰적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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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최근 세번째 음반을 발표한 패닉. 그동안 '왼손잡이' '벌레' 등을 통해 신세대의 입장을 대변하며 세상에 대해 강렬히 저항했던 이들의 음악이 크게 변했다.

자기성찰적 분위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시 위딘 (Sea Within.내안의 바다)' 이라는 타이틀이 그렇듯 '난 이리 어리석었나 한 치도 자라지 않았나' 란 가사의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를 비롯해 '태엽장치 돌고래' '희망의 마지막 조각' 등의 시선은 조용히 내면을 향한다.

과연 저항을 포기한 것일까. 앨범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한 이적의 이야기. "음악세계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에요. 아마도 앞선 앨범들에서 외부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다보니 내면이 공허해진 탓일 겁니다.

자연스레 이런 분위기의 음악이 만들어지더군요. " 그는 이후에는 다시 공격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음악적 변화도 엿보인다. 기타.베이스.드럼을 기본으로 하는 밴드음악의 성격을 가지려 한 탓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최소화했다. 대신 정원영, 신윤철, 한상원 밴드 등이 세션맨으로 참가해 맛깔스런 연주를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모던록풍이 두드러진다.

또 '오기' 나 '여행' 등에 가미한 블루스와 재즈스타일은 성찰적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가장 흥미있는 부분은 김진표가 맡은 랩 부분. 낮은 톤의 그의 랩을 듣다보면 목소리가 아니라 리듬악기가 떠오른다.

'제발 이제 속도를 낮춰/그러다 언젠가 다쳐/이제 형식 좀 갖춰/이제는 그런 말 망쳐' (패니실린) 식으로 각운을 살린 탓에 리듬감이 두드러진다.

'한국적 랩' 이라는 차원에서도 성공적인 실험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진표의 힙합이 이적의 스타일에 갇힌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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