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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아라리 난장 13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푸짐하게 자리잡은 둔부는 좁은 자배기 안에 담그고 있었지만, 통무처럼 허연 두 다리는 자배기 밖으로 내민 묵호댁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봉환의 품앗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내의 두 손이 풀무질하듯 날렵하게 교차하면서 사타구니 안팎을 드나들고 있는 모습을 처연하게 바라보고 있긴 하였지만,가슴 속은 어느새 욕정으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냉큼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은 까닭이 있었다.

한동안 집 밖으로만 맴돌았던 봉환의 버릇을 차제에 고쳐주려는 속셈이었고, 사십대 중반이긴 하였지만 아직도 피둥피둥한 하반신의 매력만은 잃지 않은 계집이라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봉환의 코에선 어느덧 단내가 설핏했다. 더 이상 늑장을 부렸다간 피돌기가 화끈해진 봉환이가 욕실에서 일을 벌일 가망도 없지 않았다. 봉환의 소유물이 코앞에서 대중없이 팽창되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묵호댁은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서둘러 물기를 닦아낸 두 사람은 앞서기를 다투며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을 열고 홑이불을 내려 펴는 순간, 욕실에서부터 욕구에 시달림을 받아오던 봉환의 몸뚱이가 호들갑스럽게 묵호댁을 덮쳤다. 그러나 그 상투적인 체위는 삽시간에 뒤바뀌고 말았다.

봉환에겐 묵호댁의 벌거벗은 상반신 뒤로 낮은 천장이 바라보였다. 그녀는 승희가 쓰던 화장수건을 끌어당겨 사내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부터 닦아주었다. 그리고 그 이마에 쩍 하고 입을 맞추면서 봉환에겐 언제 들어도 마력이라고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우리 아기 귀엽기도 하지. 목젖에 닿아 있던 그녀의 입술이 명치끝을 간지럽히는가 하였더니 어느새 명치 끝을 지나 배꼽노리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그녀가 뿜어내는 거친 호흡과 거리낌없이 쏟아낸 타액으로 하복부는 질척했지만 따뜻했다.

봉환은 그의 하반신 양쪽을 바싹 조여 안고 있는 그녀의 두 팔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눈을 감았다. 편안했다. 하루의 노동을 치른 고단한 잠자리처럼 짜릿하고 편안했다.

자신의 허벅지에 그녀의 젖무덤이 겹쳐 뭉클거렸다. 비누냄새가 참 시원하네. 그렇게 중얼거린 것 같았는데, 어느새 불두덩 근처가 선풍기를 쐰 것처럼 시원해졌다. 그녀가 방구석에 있던 부채를 찾아 들고 부채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가 가렵고 어디가 쓰린 것인가를 익숙하게 꿰고 있는 여자였다. 그녀로 말미암아 주도되고 있는 방사는, 주체가 행동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개념을 혁명적으로 극복해버린 결과였다.

그녀는 노련하고 세련된 기교로 봉환의 하반신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삽입의 욕구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였다. 어쩌면 시간의 흐름조차도 망각해버릴 만큼 마취적인 애무였다.

작은 공간이긴 하였지만 새벽 1시를 넘겨 바깥의 소음과는 눈물겨울 정도로 완벽하게 차단된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애무는 고독하였으므로 더욱 열정적이었다. 봉환은 드디어 하복부의 팽만감과 함께 자신의 소유물이 늪지대로 빠지는 발목처럼 어디론가 대책없이 빨려드는 것을 느끼며 두 눈을 번쩍 치뜨고 있었다.

어느새 뒷덜미를 타고 기어 올랐던 그녀가 자신의 귓밥을 약간은 아프게 자근자근 깨물면서 중얼거렸다. 뜨끈뜨끈하지? 그게 몸에 좋은거야. 봉환의 뇌리로 승희의 얼굴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배꼽노리엔 무게 60㎏의 중량이 뒤채이고 몸부림치고 흐느적거리고 있었지만, 봉환으로선 전혀 무게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하반신과 늑골이 자신도 모르게 천장을 향해 포물선을 그으며 활처럼 휘고 있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묵호댁은 가랑잎처럼 가벼웠다.

사위는 너무나 조용했으므로 감창소리만 낭자하던 방안에 그러나 멀리로 바닷갈매기 울음소리 몇 음절이 영동식당 지붕 위로 긴 포물선을 그으며 멀리로 사라지고 있었다. 흐느적거리던 묵호댁의 풀무질이 갈매기 울음소리를 분기점으로 한층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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