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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대리점 속속 생활용품전 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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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정릉동의 삼성전자 정릉 선진대리점에는 최근 들어 삼성전자에서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 전체매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프라이팬.조명등.키친타월.김치통.계산기.가방.정수기 등 품목이 1백 가지가 넘는다.

전자대리점이 아니라 종합 생활용품점 같은 분위기다.

가격.품질면에서도 만만찮은 경쟁력이 생겼다.

삼정인버터스탠드.풍년압력밥솥.유니버셜보온병 등 14개 품목의 경우 삼성전자의 OEM사업 축소로 브랜드만 원래 제조업체로 바뀐 것인데도 값은 예전보다 20% 가량 내렸다.

또 바잉파워.상품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중부지역 1천여 개 대리점들이 '스코치' 라는 납품업체를 통해 공동구입을 하고 있다.

주인 안경신씨는 "올해 초부터 미끼상품으로 한두 품목씩 들여놓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품목을 계속 늘여가고 있다" 며 "생활용품이 전체 매출의 15% 정도로 급증한 데다 마진율이 좋아 총 순익의 25~30%까지 차지하는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LG.대우 등 3대 가전대리점들이 각종 잡화.문구까지 포함한 종합생활용품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웬만한 가전제품은 갖추지 않은 가정이 없을 정도로 신규 수요가 사라지고 있는 데다 '가격파괴' 를 내세운 대형할인점.양판점에 밀려 종래의 품목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처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4천2백여 곳이던 전국 가전대리점이 1년만에 4천여 곳으로 줄었다.

제조업체들도 국내 경쟁사 제품만 아니면 필립스.브라운.풍년 등 다른 제조업체 상품을 갖추도록 장려하고 있다.

자사상품만 판매하도록 고집하던 전속 대리점체제를 고집하다가는 판매망 부실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 데다 IMF한파로 예전처럼 돈을 빌려주거나 사은품을 지원하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서울.중부권은 스코치, 충청.전라도는 라이텍, 경상도는 한국리빙 등으로 자체대리점 생활용품 공급 채널을 구축해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노순창 MD그룹 부장은 "다양한 품목을 구비할수록 고객의 발걸음이 잦아져 가전제품 매출도 따라서 오르게 된다" 며 "대리점이 혼자 구매하는 것보다 바잉파워를 갖도록 공급채널을 정해 지원해 주기로 했다" 고 말했다.

한편 대우전자는 대리점을 대신해 계열 유통업체인 한국신용유통이 지난 3월부터 생활용품을 일괄구매해주고 있으며 LG전자는 일부 품목에 대해 대경유통이 비공식적으로 맡고 있다.

LG는 그러나 ^삼성 방식을 따르는 방안과 ^대리점이 개별적으로 구매 판매하도록 내버려두는 방안 등 세 가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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