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미 정상회담의 두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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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야 할 두 가지 큰 과제는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한 한.미 협력의 틀을 짜는 것과 '북한다루기' 에 있어서의 한.미간 역할 분담을 정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일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외환위기와 뒤따른 기업 연쇄도산 등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비장한 각오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적 난국을 수습하는 일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국제화된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경제는 수출증대에 의한 무역수지 개선과 좋은 조건의 외국자본 도입 없이는 되살리기 어렵다.

경제난국 극복은 물론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나 미국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적으로 건강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한국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 대해 미국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질서 유지는 미국의 대외정책 목표이기도 하다.

미국은 21세기의 동아시아 평화질서 구축이라는 큰 맥락에서 한국경제의 정상 회복에 필요한 협력을 해야 한다.

즉 경제적 논리를 넘어서는 국제정치적 안목으로 한국정부의 경제회생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이 점을 미국정부 지도자에게 설득하는 일이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제1순위 과제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재생능력을 잃었으나 아직도 호전적인 대남 (對南) 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는 북한을 설득해 남북한 공존을 수락하게 만들고 나아가서 북한 스스로가 체제민주화와 대외개방을 결심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다함께 원하는 일이다.

다만 한국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피하고 통일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과의 공존을 추진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지역안정을 위해 북한을 순치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궁극적으로 목적하는 바가 다르다 하더라도 남북한간의 공존체제 구축이라는 중간목표는 한국과 미국이 같이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다루기' 에 있어서 한.미간 공통의 중간목표를 바탕으로 양국간 정책조율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북한동포의 삶의 질을 1차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정권의 민주화 유도에 대북 (對北)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설명하고, 이런 목적 때문에 한국정부는 대북한 지원을 북한정권의 체제개선 노력과 결부시켜 운영하려 한다는 것을 알리고 미국도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 완화나 인도적 지원을 한국과 같이 북한정부의 인권신장조치 등과 결부시키는 '조건부조치' 로 추진해줄 것을 당부해야 한다.

나아가 한반도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남북한 당사자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 미국이 동의한다는 것을 밝히게 함으로써 한국의 대북한 영향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양국간 합의를 가상적인 공동성명문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한.미 양국정상은 양국간 공동관심사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으며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첫째, 미합중국 대통령은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이 당면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일치단결해 전개하고 있는 강도 높은 자구 (自救) 노력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며, 한국경제의 조속한 정상화가 아시아지역 전체의 정치안정과 경제질서 회복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은 한국의 경제정상화 노력을 적극지원하기로 한다.

둘째, 미합중국 대통령과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가 동아시아 지역평화의 기본조건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미국은 한반도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미국정부는 한국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전개하고 있는 일련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한다. " 이번 정상회담에서 위와 유사한 내용의 공동성명서가 발표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상우 서강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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