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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렇습니다] 삼성 제트 한국선 왜 못 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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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글로벌 전략폰 ‘제트’(S8000)를 국내에선 볼 수 없게 됐다. ‘스펙 다운(성능을 낮춤)’해서 출시한다는 비판을 면하려고 아예 이름을 바꾸기 때문이다. 다음주 공개 예정인 새 모델은 외부 디자인은 제트와 거의 같지만 무선인터넷(와이파이)과 동영상 재생 기능이 빠졌다. 따라서 노트북처럼 인터넷에 직접 접속해 e-메일을 주고받거나 음악파일 등을 내려받는 것이 어려워졌다. 삼성이 ‘스마트폰보다 더 스마트하다’고 내세운 핵심 기능을 국내에선 쓸 수 없게 된 셈이다. 대신 제트(3.1인치)보다 큰 8.9㎝(3.5인치)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을 장착하고 지상파DMB도 추가했다. 삼성 ‘울트라터치(한국 모델은 울트라햅틱)’나 LG ‘아레나’ 등 주력 제품은 대부분 이런 ‘스펙다운’ 논란을 겪었다. 와이파이 기능을 제외하고 DMB를 추가한 때문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업체들이 휴대전화기로 무선인터넷에 직접 접속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이용자들은 대부분 이동통신망으로 ‘네이트’나 ‘쇼’에 접속해 벨소리·연결음 등을 내려받고, ‘멜론’ 또는 ‘도시락’을 통해 MP3 음악파일을 구입한다. 데이터통화료는 물론 정보이용료의 일부까지 이통업체의 몫이 된다. 하지만 빠른 속도의 3세대(3G) 통신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외국에서는 이런 작업의 상당 부분을 무선인터넷에 의존한다. 미국 애플 아이폰의 국내 상륙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계와 달리 애플은 무선인터넷을 빼는 사양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 조사를 해 보면 휴대전화로 e-메일이나 웹 검색을 하겠다는 답변은 소수인 데 비해 DMB는 필수로 꼽는다”고 말했다. 일부러 무선인터넷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단말기 공간 안에 DMB칩을 넣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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