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환자] “왜 아빠는 다른 아빠보다 늙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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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앤피부과 이찬우 원장은 “탈모환자들을 위한 모발이식기법이 좋아져 시술시간도 줄고 통증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중년남자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빠져 나가는 머리카락만큼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드물 것이다. 점점 넓어지는 이마. 휑해지는 정수리. 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를 것이다. 자신의 나이에 비해 더욱 늙어 보이는 기분을 어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알 수 있겠는가? 필자 역시 탈모의 가족력이 있어 예방차원에서 약물치료를 한 적이 있다. 탈모 환자들의 모발이식 수술에 정성을 쏟는 숨은 이유이기도 한다. 이식 수술을 할 때마다 생각나는 환자가 한 분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의 귀여운 외동딸을 두신 모대학 교수님이었다. 30대 초반부터 시작된 탈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치료를 하지 않아 40대 초반이 되었을 때는 이미 앞머리와 정수리의 탈모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대머리의 가족력이 있었던 그분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뜻하지 않은 계기로 모발이식을 고려하시게 됐다.

딸 학교에서 아버님들만 모아놓고 하는 행사가 있었다. 대부분 비슷한 연령대 아버지들이 모였는데 유독 머리 숱이 없던 그 분은 다른 아빠들에 비해 나이가 들어보였던 것. 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랑하는 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 “아빠는 왜 내 친구들 아빠보다 나이가 많아?” 순수한 어린 딸의 눈에는 대머리 아빠가 친구들 아빠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인 것이다.

“선생님, 저는 사실 대머리라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는 편이 아닌데 우리딸에게 그런말을 들으니….” 그 절박함이 고스란히 필자에게 전달되었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물로만은 원하시는 효과를 얻기 힘든 상황이었다. 메가세션 모발이식술을 권해드리고 3100모낭을 이식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더 이상 딸과 외출나갈 때 모자를 눌러쓰지 않아도 되게 됐다”며 뛸듯이 기뻐했다.

남성형 탈모증은 정도에 따라 8등급으로 나눈다. 최고 등급인 8등급은 앞머리와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완전히 빠지고 없는 경우다. 대부분의 남성 탈모증 환자들의 고민은 4등급 정도의 탈모가 진행된 이후 시작된다.

이런 경우 메가세션 모발이식기법을 이용하여 2500∼3500모낭 단위의 머리카락을 이식해 주면 미용적으로 뛰어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술은 국소마취로 진행되므로 전신마취에 따른 부작용이 없으며 시술시간은 심는 모발의 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3시간 30분∼4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식한 모발이 자리잡는 기간은 약 10일이며 모발 이식 후 3~4 일이 특히 중요하다. 이 기간에는 이식한 모발의 뿌리가 잘 생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관리해야 한다. 2~4주 후에는 이식한 모발이 빠지게 되는데 자세히 보면 뿌리는 남고 모간(머리털)만 빠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식한 뿌리에서 생성된 모발에 밀려서 빠지는 하나의 자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심은 모발의 뿌리에서 새로운 모발이 생성되어 피부를 뚫고 두피 밖으로 나오는 데는 약 4~6개월이 걸리므로 5~6개월은 잊어버리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환자들은 이식 후 결과에 대해 불안해 한다. 하지만 생각 외로 수술에 따른 고통이 크지 않으며, 시간이 지난 후 새로워진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행복해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외동딸 아빠인 그 분은 명절 때 가끔 전화를 주곤 한다. 경쾌한 인사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흘러 나온다. 같은 남자 입장으로 참으로 보람있는 수술을 했구나 생각한다.

이찬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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