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조세형 전 국민회의 총재 대행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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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조세형(사진) 전 국민회의 총재 권한대행이 17일 타계했다. 78세. 고인은 이달 1일 뇌경색 증세로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다 이날 오전 3시쯤 별세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고인은 전주고·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뒤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편집국장을 지냈다. 조 전 대행은 1978년 10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에서 당선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치규제에 묶이자 재야에서 활동하다 88년 13대 총선에서 다시 당선해 국회에 복귀했다. 그 뒤 14~15대 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DJ 직계’로 불렸다. 96년부터 3년간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국민회의의 총재 권한대행을 지냈다.

고인과 가까웠던 박실 전 국회 사무총장은 “상대방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면서도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며 “부드러운 언행 속에 원칙을 고수한 소신의 정치인이자 인재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워낙 청렴 강직해 집안 살림이 어려웠지만 주변에 아쉬운 소리 한번 한 적 없는 사람”이라며 “김 전 대통령도 ‘모든 게 우수한데 돈 모으는 능력만 없다’고 핀잔을 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2000년 16대 총선때 광명에 출마했으나 당시 한나라당 손학규 의원에 패배해 5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듬해 12월 주일 대사에 발탁돼 2004년까지 외교관으로 활약했다.

‘백 개의 하천이 모여 하나의 강을 이룬다’는 의미의 백천(百川)이란 호를 가진 고인은 타계 직전까지도 정치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했다. 92년부터는 정치와 학문을 접목하기 위해 ‘정학연구소’를 세우고 연구·저술활동에도 몰두해왔다. 2007년 대선에서 전주고 후배인 정동영 민주당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4·29 재·보선 당시 “정동영 전 후보에게 공천을 주라”고 당 지도부에 조언하는 등 타계 직전까지 원로 정치인으로서의 목소리를 냈다.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17일 고인을 애도하는 묵념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했다. 장례는 ‘민주당장’으로 치를 방침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성훈(하나대투증권 부장)·성주(기아차 미주법인) 씨와 딸 혜림 씨·사위 문정환(SC제일은행 상무)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장지는 김제 금산 선영이며 발인은 20일이다. (02) 3410-6925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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