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광섬유의 신경올을 통과하는 말들이라

햇살의 길인들 왜 못가랴

나는, 화창한 봄날 뜰 한 모퉁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네게 텔레파시의 신

호음 보낸다

세번만 벨이 울리거든

마음의 기미를 듣고서 내게 응답해다오

햇님의 통화로 땅 깨어나듯

시듦 없는 사랑은 먼 숨결로도

애송지마다의 새 싹 촉촉히 적셔놓는다

- 김명인 '동화' 중

어디 하나 허술한 데라고는 용납될 수 없는 꽉 찬 시를 쓰는 사람이 김명인 (金明仁.52) 이다. 그런 시의 진지함에 함부로 슬픔이거나 기쁨이거나 하는 것을 넘어 묵중한 정신이 잠들어 있다. 여기 해와 땅의 관계처럼 먼 데 사랑의 숨결로도 적셔지는 너와 나 사이의 영적 통화는 새삼 그윽하기 이를 데 없다.

고은 <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