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1승 '도둑' 맞았다…마무리투수 다된밥에 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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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시즌 5승째. 그러나 운명의 신은 박찬호를 외면했다. 9회초 2사후 레지 샌더스 (신시내티 레즈) 의 빗맞은 타구가 중전안타가 되면서 4 - 4 동점이 되는 순간,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박찬호는 굳은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자신이 만들어준 4 - 2의 리드를 마무리 스콧 래딘스키가 날려 버린데 대한 실망의 표현이었다.

박찬호가 최근 2연패의 부진을 씻고 호투,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박은 30일 (한국시간) 홈경기에서 레즈를 상대로 8이닝동안 6안타 2실점으로 호투, 컨디션이 정상으로 회복됐음을 알렸다. 박은 이날 초반 빠른 공, 중반 이후 변화구 위주의 패턴으로 레즈 타자들을 잠재우며 올시즌 가장 많은 투구이닝을 기록, 벤치에 믿음을 안겨줬다.

박은 1회초 2사후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3회말 2 - 2 동점을 만든 뒤부터는 전성기의 위력을 회복했다. 4회초 배리 라킨을 상대로는 시속 99마일 (1백59.2㎞) 짜리 강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박은 4회부터 8회까지 17타자를 상대로 2안타만 내주는 깔끔한 투구를 했다. 다저스는 박의 호투를 바탕으로 찰스 존슨과 라울 몬데시가 홈런을 터뜨리는 등 8회까지 4 - 2로 앞섰다.

그러나 9회초에 등판한 마무리 래딘스키가 2사후 연속 4안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연장 12회끝에 8 - 4로 패했다.

최근 팀에 유행하고 있는 '고티' (염소수염) 를 기른 박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듯 다부진 눈빛으로 특유의 도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이날 1백19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박은 완투승까지 기대케 했으나 9회초 마운드를 래딘스키에게 넘겨줬다.

이에 앞서 빌 러셀 감독은 3 - 2로 앞선 7회말 박찬호 타석때 대타를 기용하려 했으나 관중들이 소리를 지르고 박찬호 자신도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 8회까지 투구를 계속시켰다. 박은 이날 투구로 4승3패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방어율을 5.03으로 끌어내렸다.

이태일 기자·LA지사=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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