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투자하면 6억짜리 학원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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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만원을 투자하면 6억원짜리 학원 건물을 드립니다." 경기도안산시선부동 한양아파트단지 앞 상가에서 예일외국어학원을 운영중인 이영호 (李英浩.45) 씨는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은행으로부터 융자금 이자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1만원씩 낸 투자자들중 1명을 추첨해 학원 건물을 넘겨주겠다는 것. 李원장이 상가건물을 분양받은 것은 지난 96년말. 2억4천만원의 은행 융자금을 끼고 8층짜리 상가건물중 6층 전체 (1백50평) 를 5억9천만원에 분양받았다. 그러나 어학실습실 등 시설을 갖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기 시작한 지난해말 IMF체제라는 암초에 걸리고 말았다.

은행 이자가 12.5%에서 17.5%로 뛰면서 매달 5백만원씩 내야하는 부담에 학원수익금을 모조리 까먹었던 李원장은 지난 3월부터는 이자를 연체, 은행의 상환독촉에 옥죄이기 시작했다.

부동산값 폭락에 매기마저 끊겨 당장 건물처분도 쉽지 않았다. 융자를 해준 은행 간부로 있는 동서도 마음에 걸렸다. "융자를 알선해준 동서도 다칠 텐데…" 라며 고민을 거듭해온 李원장은 인근 비디오가게에서 빌려온 '스핏 파이어 그릴 (Spit Fire Grill)' 이란 외화를 보고 무릎을 쳤다.

외식점을 팔아야 하는 주인공이 라디오프로에 나와 "1백달러와 식당운영계획서를 내면 추첨을 통해 음식점을 넘기겠다" 고 말하자 전국에서 지원자들이 몰려 선정된 한 미망인이 음식점을 살리는 내용.

李씨는 이 방식으로 물질적 욕심과 함께 정신적 고통을 덜기로 하고 1만원 투자자 공모 공고를 신문에 내기로 했다. 만일 1만원을 낸 투자자가 1만명이 모인다면 그중 1명을 추첨해 건물 인수자를 선정하고 이들이 낸 1억원은 융자금 상환에 쓰게 되며 나머지 융자금은 인수자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연락처 0345 - 401 - 6000.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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