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붓끝과 판화가의 칼끝의 작품 세계는 어떻게 다를까. 언어와 그림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이면서도 세계를 붙잡는 감동의 따뜻한 가슴은 같다. 시가 화가의 판화로 다시 태어난다.
계간 문예지 '실천문학' 은 이번 여름호로 지령 (誌齡) 50호를 맞아 '시와 판화의 만남전' 을 29일부터 6월7일까지 서울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갖는다.
고은.신경림.조태일.김지하.이시영.황지우.곽재구.김용택.양문규.나희덕.박라연.신현림씨등 신예에서 중진에 이르는 시인 62명의 시를 역량있는 화가들이 판화로 형상화한 62점이 전시된다. 시와 그림을 한 캔버스에 담는 일반 시화 (詩畵) 와는 달리 시와 그림을 분리, 시의 서정과 주제, 감동을 그림으로는 어떻게 전하고 있는지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친구를 묻고 온 날 밤에 달이 솟았다/검붉은 산야에서의 일렁이던 얼굴도 버리고/이제는 허공 중에 가벼이 떠서 속살을 파랗게 비치는 달/지상의 어둠 속에 웅크린 한 아이도 지금 막 눈 부비며/스스로 밝게 길 넘는 저 달을 보고 있을 것이다" . 이시영 시인의 '달' 이라는 짤막한 시다. 여기에 화가 남궁산씨는 노란 달 한가운데를 나는 새 한마리 입에 신새벽을 향한 희망인듯 파란 풀 한포기를 물렸다.
이경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