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지]수하르토 하야까지 '마지막 7일의 파워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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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하르토는 하비비 부통령과 하르모코 국회의장의 압력으로 19일 사임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비비를 불신하고 있던 위란토 국방장관은 수하르토 사임후 하비비의 정권장악을 막기 위해 이를 저지한다. 하지만 대세에 밀린 수하르토는 21일 사임을 발표한다. " 미 워싱턴 포스트지는 24일 수하르토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기까지 인도네시아 정계와 군부 막후 (幕後)에서 벌어진 마지막 7일간의 파워게임을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했다.

다음은 이 신문이 정리한 수하르토가 물러나기까지의 과정.

15일. G15 회의에 참석중이던 수하르토가 급거 귀국한다. 이 때까지도 수하르토는 강경한 입장. 16, 17일. 이미 수하르토의 권력기반은 상당히 붕괴된다.

골카르당 일부에서 사임 요구가 나오고 하르모코 의장은 의회 지도자들과 함께 수하르토를 면담한다.

18일. 겉으로 침묵하던 하비비는 자신이 대통령직을 물려받을 것으로 계산, 하르모코를 설득해 수하르토에게 사임압력을 넣으라고 종용한다.

하르모코는 수하르토 사임 촉구 메시지를 발표하고 하비비는 프라보위 사령관을 끌어들여 자카르타내 병력을 증강한다. 사실상 무혈 쿠데타를 시도한 것. 그러나 위란토 국방장관은 군수품 조달을 독점하는 등 비리와 관련된 하비비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는 하비비의 권력인수를 막기 위해 수하르토를 만나 총선후 사임이라는 방법을 권유, 설득에 성공한다. 19일. 수하르토는 하비비의 기대와 달리 즉각 사임 대신 '총선후 퇴임' 을 선언한다.

분노한 하비비는 수하르토에게 권좌를 물려달라고 강권한다. 하르모코는 의회에서 수하르토 탄핵절차를 진행하며 압력을 가중시킨다.

20일. 전임 부통령들을 비롯, 10여명의 장관이 수하르토의 사임을 촉구한다. 대세가 수하르토 사임으로 기울어진 것을 감지한 위란토는 하비비와 타협, 그를 지지하는 대신 군부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이 계속 유지한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21일. 수하르토가 사임을 발표한다.

윤석준 기자 〈da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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