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동산 공세에 새우등 터진 새우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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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농심 새우깡의 아성 (牙城) 이 27년만에 무너졌다. 해태 맛동산의 파죽지세에 밀려 스낵시장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새우깡은 지난 71년 첫선을 보이자마자 불티나게 팔리면서 회사를 먹여 살리다시피 했던 히트상품. 그동안 여러 회사 제품들로부터 도전을 받았지만 난공불락 (難攻不落) 을 과시해왔다. 이런 새우깡의 위세가 IMF한파를 만나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속이 꽉 차 포만감을 주는 과자가 인기를 끌면서 맛동산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것이다. 새우깡 매출은 월 40억~50억원대. 과자시장 전체로는 동양제과 초코파이 (60억원)에 못 미치지만 스낵시장에서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새우깡보다 4년 늦게 출시된 맛동산은 IMF전만 해도 월평균 매출이 20억원대를 맴돌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2월 35억원, 올 1월 38억원에 이어 2월 51억원, 4월 53억원으로 껑충 뛰면서 새우깡을 단숨에 따돌렸다.

맛동산 돌풍은 마케팅 전략이 시류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새우깡이 맛 다양화에 주력할 때 맛동산은 용량 다양화로 밀고 나갔다.

맛동산은 지난해 말부터 기존 1백20g 짜리를 없앤 대신 1백10g, 2백40g 두 종류로 나눠 쌍두마차의 상승효과를 노렸다. 여기에다 다른 스낵제품들은 70g 안팎인데 반해 맛동산은 일단 묵직하게 느껴지다 보니 '배부른 과자' 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반면 농심은 오징어먹물 새우깡.코코아 새우깡 등으로 맛 가지치기에 나선 전략이 패착이었다. 소비자들은 맛보다 '입감' 이 푸짐한 양 (量) 을 따졌기 때문이다.

맛동산 쿠데타에 기습당한 농심은 초비상이다. 농심은 새우깡 용량을 90g짜리 외에 4백g짜리를 뒤늦게 내놓고 값을 20% 깎는 등 스낵 왕관을 되찾겠다고 잔뜩 벼른다.

이 덕에 4월 새우깡 매출은 52억원으로 맛동산을 바짝 추격했다. 해태제과는 내친 김에 4백80g 짜리까지 내놓으면서 스낵 뿐 아니라 과자시장의 정상까지 넘보겠다는 기세다.

해태 관계자는 "맛동산 매출이 날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조만간 60억원 고지도 넘어설 것으로 낙관한다" 고 말했다. 반면 농심 관계자는 "4백g짜리 대형 새우깡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맛동산 추월은 시간 문제" 라고 말했다.

새우깡은 맛동산을, 맛동산은 초코파이를 추격하는 과자시장의 물고 물리는 공방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종태 기자 〈jt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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