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22일 평화협정 찬반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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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세기에 걸친 신.구교도간 유혈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안이 22일 주민투표를 통해 역사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이번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이 예상되지만 협정의 원만한 이행을 위해서는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가 요청된다. 중앙일보는 배명복 파리특파원을 파견해 현지취재를 했다.

벨파스트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5㎞쯤 떨어진 샨킬은 대표적 신교도 구역이다. 아래 쪽으로는 구교도 구역인 밸리머피와 맞닿아 있다.

두 동네를 잇는 라나크 검문소는 매일 오후10시 문을 닫는다. 다시 문이 열리는 다음날 아침까지 8시간동안 두 동네는 왕래를 끊고 지낸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다르고 웬만해선 결혼도 않는다. 북아일랜드에 첫 총성이 울린 69년부터 30년을 그래 왔다.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바라는 구교계 주민들과 영국 잔류를 희망하는 신교도 주민들간의 해묵은 유혈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실시되는 '5.22 북아일랜드 주민투표' 가 30여시간 앞으로 다가온 20일 오후 (현지시간) 라나크 검문소. 철조망이 쳐진 육중한 철문 양편으로 윤택한 신교도 동네와 낙후된 구교도 동네의 경제력 격차가 한눈에 들어온다.신교진영의 실업률은 9%인데 비해 구교진영은 16%다.

양쪽 다 영국 평균인 6%보다 월등히 높다. 찬성과 반대 양 진영이 각각 만들어 붙인 캠페인 포스터가 철문에 쓸쓸하게 걸려 있다.

'평화의 열차가 계속 달리기를 원합니까. 찬성, 그것은 직진신호입니다. ' '아일랜드공화군 (IRA) 이 입각하는 걸 두고 보시겠습니까. 반대하는 게 옳습니다.

' '예스' (찬성) 캠페인에는 평화협정안에 서명한 북아일랜드내 주요 8개 정파가 참여하고 있다. 반면 '노' (반대) 캠페인에는 신교계의 2개 과격정파만 참여중이다.

적어도 벨파스트 시내에 나붙은 포스터만으로 보면 양측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인상이다.'오월동주 (吳越同舟)' 격인 찬성진영과 달리 반대파는 그만큼 일사불란한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정해져 있다. 벨파스트 텔리그래프지가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과 반대가 각각 52%와 20%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표가 25%로 무시못할 수준이다.벨파스트의 신교도 구역인 멀론에 사는 데이비드 톰슨 (45.컴퓨터상) 은 아직 마음을 못 정한 사람중의 하나다.

그는 평화협정대로 하면 언젠가는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로 통합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게다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IRA 테러분자들이 단계적으로 풀려나 2년 후면 모두 석방된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미래의 주인공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벨파스트 시내 워터프런트 홀에서 열린 찬성진영의 대대적 '예스' 콘서트에는 2천명의 고교생들이 초대됐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록그룹인 U2의 리드싱어인 보노까지 나서 찬성을 호소했다. "평화협정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들 하는데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 블룸필드고 3학년인 히더 커크 (17.여) 는 "우리가 역사의 링사이드에 앉아있는 느낌" 이라고 말한다.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평화협정 이후의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피로 얼룩진 분쟁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지 불안과 기대 속에 역사의 한 장을 넘기고 있다.

벨파스트=배명복 특파원 〈bmbm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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