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황금종려상 동·서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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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5일 (한국시간) 폐막을 앞둔 칸 영화제 관심의 초점은 역시 황금종려상의 향배다. 현재 시사가 끝난 경쟁부문 작품 가운데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내 이름은 조' 를 비롯해 대만 차이밍 량 감독의 '구멍' ,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 감독의 '4월' 이 수상권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자들로부터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내이름은 조' (My name is Joe) 는 '랜드 앤 프리덤'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 등으로 유명한 사회주의파 감독답게 켄 로치의 예리한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를 배경으로 알콜중독을 치유해 가는 주인공 조와 여인 사라와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실업, 마약,가난 등 사회적인 문제를 깔고 있다. 영화제의 일일소식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 은 "가슴이 미어질 듯한 사랑이야기와 인간의 덧없음을 피터 뮬란의 무게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며 격찬했다.

피터 뮬란은 당연히 남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지고있다. '애정만세' 로 우리에게 친숙한 차이밍 량 감독의 '구멍' (The hole) 도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 '구멍' 은 21세기를 7일 앞둔 시점을 배경으로 한 건물의 아래 위층에 사는 두 남녀의 고립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의 다른 영화들에서처럼 음울한 분위기와 느린 페이스가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배경음악을 전혀 쓰지 않았지만, '구멍' 에는 중국의 50년대 가수인 그레이스 창의 노래를 다섯곡이나 막간 뮤지컬 형식으로 삽입한 점이 특이하다.

이탈리아의 난니 모레티가 4년만에 내놓은 작품 '4월' 은 "자기 자신과 사회, 국가에 대한 해부를 시도했을 뿐 아니라 탄탄한 유머와 날카로운 관찰이 돋보인다" 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롤프 드 히어 감독의 '댄스 미 투 마이 송' 은 뇌성마비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실제 뇌성마비인 히더 로즈가 주연해 눈길을 모았다.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려 삶에 대한 낙관적이고 유머가 넘친다는 반응과, 뇌성마비 여인의 삶을 극도로 리얼하게 그린 것이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쪽이었다. 한편, '브라질' '12 몽키스' 등으로 친숙한 테리 길리엄의 '라스베이가스에서의 공포와 혐오' 와 콜롬비아판 '나쁜 영화' 인 '로즈 셀러' 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칸 =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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