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e칼럼]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인턴한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취업의 ‘보증수표’로는 흔히 인턴을 꼽는다. 학점, 토익, 공모전 입상 경력 등 여러 가지 스펙이 취업 과정에서 고려되겠지만,‘경력직 같은 신입’을 선호하는 최근 기업의 채용 동향을 고려해 볼 때 인턴만한 효자는 없다. 이 때문에 매 방학 마다 많은 학생들이 인턴십에 매달린다.

인턴은 그 원래의 취지를 놓고 본다면 정말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턴으로 선발을 하여 일정 기간 동안 구직자의 역량을 평가도 할 수 있고 자사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을 시킬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기업의 기준에 합당한 능력을 갖춘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단순히 공개채용만을 해서 인재를 선발하는 것보다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인턴은 참 좋은 기회이다. 인턴사원으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기업의 분위기도 익힐 수 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면 신입사원으로 입사도 가능하다. 그 회사에 입사하지 않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우대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행정인턴 또는 청년인턴 제도가 도입되면서, 인턴사원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기존의 인턴과 달리 정규직 전환 기회가 거의 없거나 아예 채용공고에 ‘정규직 전환은 없다’고 명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정규직 전환의 특혜가 주어진다고 해도 채용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입사 확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대규모로 인턴을 채용하다보니 다른 기업에서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턴사원을 고용한 기업이나 기관에서도 이들이 조직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기는커녕 근무 시간만 채우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행정인턴들이 각종 관공서에서 전화 응대만 종일 하는 경우도 이따금씩 목격된다.

구직자들도 이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인턴십에 지원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력서에 경력 한 줄이라도 더 채워보기 위해 인턴십에 지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예전의 인턴사원 제도가 취업의 보증 수표였다면 지금은 아예 부도수표가 되고 만 것이다. 인턴으로 재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규직 전환이나 다른 기업에서의 우대라는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 많은 취업준비생들의 현주소다.

일부는 해외 인턴십으로 눈을 돌리기도 하다. 해외 인턴은 업무를 하는 속에서 외국어도 배울 수 있고 경력도 쌓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에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해외 인턴은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인턴과 마찬가지로 역시 취업이 보장되는 인턴은 드물다. 최근에는 일부 업체들이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어학연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인턴은 여전히 매력적인 제도임에 틀림없다. 기업의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여전히 다른 스펙보다 높은 평가를 하고 있고, 취업으로 연결되는 기회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턴십을 하기 전 옥석을 고를 수 있는 혜안이 절실하다. 지원하려는 회사에서 인턴사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제공하는지, 향후 정직원 채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없다고 하더라도 향후 자신의 가고자 하는 진로와 연관성이 있는 분야에서 인턴사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작정 유명하기만 한 기업에서 인턴사원을 모집한다고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지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인턴사원으로서의 근무 성적도 여전히 중요하다. 성실한 근무 태도, 출근 시각, 업무 성과 등을 들 수 있겠다. 그것이 훗날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상일 칼럼니스트 sky_fund@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