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새 얼굴 한국농구 전승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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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김민수(左)가 키 2m5cm의 일본 센터 다케우치 조지를 앞에 두고 호쾌한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나고야=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불안하게 출발했던 ‘허재 호(號)’가 전승 우승을 일궈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1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인근의 고마키 파크 아레나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을 68-58로 이기고 우승했다.

지난 11일 조별리그 예선 첫 경기에서 중국을 꺾은 이후 파죽의 4연승. 한국은 중국을 제외한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아시아선수권대회(8월·중국 톈진) 참가권을 따냈다.

끊임없이 이어진 악재를 이기고 손에 넣은 우승컵이라 더 의미가 컸다. 대표팀은 코칭스태프와 선수 구성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5월이 돼서야 ‘챔프전 우승팀(KCC) 감독’ 자격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대표 선수들은 연일 부상을 이유로 빠져나갔다. 하승진(KCC)이 발목 부상으로, 김승현(오리온스)이 허리 부상으로 빠진 데 이어 김주성(동부)마저 부정맥으로 입원했다.

하승진(2m22㎝)과 김주성(2m5㎝)이 빠진 자리에 각각 함지훈(모비스·1m98㎝)과 이동준(오리온스·2m)이 들어갔지만 한국은 센터진의 높이가 뚝 떨어져 ‘동아시아 최단신’이 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대표팀 구성에 시간이 걸리면서 본격적인 훈련은 5월 중순에야 시작했다.

허 감독은 “높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비를 강조했다. 지역방어와 대인방어 등 수비에 변화를 많이 준 게 우승 원동력”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선수들 덕분이다. 특히 가드진이 잘해줬다”고 말했다.

중국을 격파할 때 주희정(SK), 양동근(모비스) 등 노련하고 빠른 가드진이 큰 활약을 했다. 한국은 이어 홍콩을 꺾고 준결승에서 대만도 눌렀다. 주희정과 양희종(KT&G) 등 가드와 포워드들까지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는 작전으로 높이의 열세를 이겨냈다.

한국은 14일 열린 결승에서도 키 2m5㎝의 다케우치 조지, 다케우치 고스케 형제를 앞세운 일본에 완승을 거뒀다. 주희정이 13점·6리바운드·5어시스트로 일본 가드진을 압도했고, 김민수(16점·6리바운드)와 오세근(13점·7리바운드)이 일본의 장신 센터들 앞에서 선전했다.

허 감독은 “1차 목표는 아시아선수권 출전권 획득이었는데,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니까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해졌다.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없는 살림’에 다들 고생했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 아시아선수권을 잘 준비해야겠다”며 웃었다. 대표팀은 15일 귀국한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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