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음악]이탈리아 밀라노 오페라계 양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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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오페라의 메카' 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음악계가 '내분' 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초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를 상연한 피콜로 ( '작다' 는 뜻) 극장이 오는 12월 라 스칼라극장의 시즌 오픈에 맞춰 대작 '돈 조반니' 를 상연하겠다고 나서자 스칼라극장 지지자들이 '건방진 도전' 이라며 일제히 반격에 나선 것. 2백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칼라극장 (3천석) 과 1947년 영화관을 개조해 만든 피콜로극장 (6백석) 의 대결은 얼핏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피콜로 극장에서 '돈조반니' (연출 피터 브룩) 를 1~2회 객원지휘할 예정이어서 사태가 심상치 않다. 아바도는 라 스칼라와 결별할 때 좋지 않았던 감정의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는데다 그동안 스칼라측의 초청제의를 여러차례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아바도가 피콜로 극장 무대에 선다면 스칼라의 체면에 침을 뱉는 격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지휘자 2명 사이에 벌어질 '전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스칼라 음악감독은 68년부터 18년간 아바도가 맡았고 그 후임으로 무티가 86년부터 12년째 맡아오고 있다.

전후 (戰後) 최고의 연출가 조르지오 슈트렐러 (1921~97)가 설립한 피콜로 극장은 문을 닫지 않은 채 20년간 개보수 작업을 벌인 끝에 올해초 '신장개업' 기념공연으로 '코지 판 투테' 를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스칼라 지지자들이 소형작품인 '코지 판 투테' 라면 몰라도 '돈조반니' 같은 대작을 상연하는 것은 스칼라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하자 피콜로 후원자들은 '무티가 스칼라에서 지휘하고, 아바도가 피콜로에서 지휘하면 밀라노 시민들로서는 더 이상 좋을 순 없다' 고 맞서고 있다.

밀라노 오페라계의 갈등은 같은 여러 개의 오페라극장을 두고 있는 런던.파리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런던 당국은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와 잉글리시내셔널오페라의 통합 계획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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