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상자 안서 수사하듯 … 수사팀 그간 힘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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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1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만표 중수부 수사기획관. [연합뉴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2일 이인규 중수부장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중수부 과장들도 자리를 같이했다. 홍 기획관은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매일 오후 3시 기자실에서 실시해온 브리핑을 중단했다. 기자들과의 접촉도 끊었다. 홍 기획관은 “수사팀이 많이 힘들어했다. (기자들이) 많이 이해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상자 안에서 수사하듯 했다. 언론이 더 많이 알 때도 있었고, 숨길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홍 기획관과의 일문일답.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기록은 언제까지 보관되나.

“통상의 사건은 공소시효에 따라 보존 기간이 정해지는데 중요 사건은 영구 보관한다. 이 사건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지만 중요한 기록으로서 영구 보존되지 않을까 싶다.”

-중요 기록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있나.

“내부 기준이 있다. 대형 사건,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 등이다.”

-‘역사적 진실’이라는 문구에 수사팀의 아쉬움이 함축된 것 같다(※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됨’이라고 보도자료에 적시했음).

“문구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

-김태호 경남도지사 부분은 수사가 더 필요한가.

“본인이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전달자가 해외에 있다. 그 사람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김 지사처럼 수사를 계속해야 하는 인물은 없나.

“이제 더 없다.”

-어제 이광재(민주당) 의원 공판에서 한 증인이 박연차 전 회장의 베트남 회사에 찾아온 차관급 이상 인사가 10명 이상 된다고 했다.

“확인된 바 없다. 관련 자료가 없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50억원은 어떻게 조성됐는지 파악됐나.

“10년 전까지만 추적이 된다. 라 회장 개인 소유로 확인됐다.”

-탈세는 문제되지 않나.

“당장은 자금의 성격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고, 누구를 위한 자금이었는지를 조사했다. 조세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국세청에서 봐야 하는 것이고 형사적으로 처벌할 것은 없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조사할 필요가 없나.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진술을 들었다.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세무조사 배경도 물어봤나.

“적법 절차에 따라 했다고 했다. 배경까지는 수사 범위가 아니고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박연차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람은 오늘 발표한 사람들이 전부인가.

“그렇다.”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 못한 사람은.

“공소시효가 지난 것은 아예 수사를 안 했다.”

-수사팀으로 파견됐던 검사들은 전부 돌아가나.

“단계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부는 공소유지 차원에서 남는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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