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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극'엄마,안녕' 제씨역 정경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위기의 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공연해온 극단 산울림이 관록파 임영웅의 연출로 준비한 '엄마, 안녕 (' Night, Mother.마샤 노먼 작)' 은 결혼과 인생에 실패한 딸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자살을 감행하는 밤, 엄마와 나누는 한시간 반 동안의 대화를 고스란히 무대에 옮긴다. 아직도 소녀처럼 자기중심적신 감수성을 간직한 엄마 쎌마는 배우 손숙. 게다가 번역은 윤여정, 각색은 김수현이다.

주부관객에게 강한 흡입향을 내뿜는 이런 이름 사이, 딸 제씨 역이 새롭다.

배우 정경순 (35) .영화 '태백산맥' 에서 징하디 징한 전라도사투리로 죽산댁을 형상화한 이후로 어느 고비에서건 폭발하지 않으면 안되는, 응축된 힘의 연기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돼왔다. 영화 '창' 에서의 나이든 창녀는 물론이고,가장 최근의 연극무대였던 96년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에서 집시 그루센카도 그랬다.

그러나 '엄마, 안녕' 에서 만난 그녀는 인생의 상처들을 하나둘 들춰내며 화를 돋구는 엄마 쎌마에게 요지부동의 지극한 담담함으로 맞설 따름이다."변신이요? 배우에게 변신이란 건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저 조금씩 변화를 보여주는 거지. 나는 나 있는 대로 해요. 일부러 전혀 다른 인물을 만들려고 하면 실패하죠. 제씨 연기는 자신의 감정을 꼭꼭 눌러야 해요. 감정이 들어가면 자살못하죠. 드라마틱하게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그냥 정경순이 되야돼요.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해서 자살하는 여자, 비상식적이죠? 내가 원래 상식밖의 애잖아요. 또 적당히 못생겼고, 겁많고, 약하고, 욕심없고, 체념 잘하고. " '변신불가능' 의 체념적 연기론을 들려주는 정경순도 욕심을 자제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연기. "런던유학시절에 대본을 읽었어요. 그 때부터 하고 싶었던 역이죠. " 인생을 덜커덩거리는 버스에 비유하는 그의 허스키한 대사가 요즘 관객들의 심경에 어떻게 다가설까. "엄마, 난 내가 원하면 지금이라도 내릴 수 있어요. 오십년을 더 타구 가다 내려도 같은 장소에 내리게 될테니까. " 19일 산울림 소극장 개막.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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