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사태]향후정국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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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하르토의 32년 철권통치가 최대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의 무정부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길은 비상조치나 비상계엄령밖에 없다. 결국 그의 미래는 군이 열쇠를 쥐고 있다.인도네시아에 힘의 공백이 발생한다면 이는 군부를 중심으로 메워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수하르토' 로 나설만한 세력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 군부의 평화적 권력 인수 =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전개에 비춰볼 때 가장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다. 66년 당시 수카르노 대통령으로부터 이른바 '수퍼서말 (3월11일의 각서)' 이라고 불리는 권력이양 각서를 받아낸 당시 수하르토 장군의 경우와 마찬가지 사례다. 군부와 수하르토의 평화적 정권이양이 성사될 경우 수하르토는 당분간 실제 권력행사가 불가능한 형식상의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도 있다.

◇군부 쿠데타 = 수하르토가 반정부 시위사태에 대해 극단적인 진압명령을 내릴 경우 군부는 정치적 입지를 고려,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쿠데타에 대한 공감대가 확실하게 자리잡지 않을 경우 군내부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쿠데타군과 수하르토파 군인간에 교전이 벌어져 인도네시아는 내전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

◇합법적 권력이양 = 정치.경제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이 더욱 확산돼 물리적인 통제가 불가능할 경우 군 주도로 대통령 선출기관인 국민협의회 (MPR)가 개최된다. 국민협의회는 수하르토를 사임시키고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안과 수하르토의 권력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재야세력 집권 = 최대 이슬람세력인 '무하마디야' 의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와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이자 인도네시아 민주당 전총재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여사가 권력 전면에 나서는 경우다.이 경우도 군부의 적극적인 지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라이스는 최근 대중적 인기가 상승했으나 정치적인 영향력은 아직 미지수다. 메가와티도 전 야당총재라는 상징성외에는 정치적 능력을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광종 기자

〈kj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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