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주강국 첫발 내디딘 나로우주센터 준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어제 착공 5년10개월 만에 드디어 준공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센터를 가진 나라가 됐다. 이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우주발사체를 우주로 띄워 올릴 능력을 갖췄음을 뜻한다. 실제로 7월 말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과학기술위성 2호를 탑재한 나로호(KSLV-I)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주탐사 및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오늘날 우주개발 분야는 첨단과학기술의 총아이자 국력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과거 미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주도해온 우주개발은 이제 유럽·중국·일본·인도 등 선진국들과 신흥 경제대국들의 각축장이 됐다. 우주개발을 통한 전기전자·통신·기계·화공·신소재 등 미래 첨단산업의 발전과 함께 안보 차원에서도 우주개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수준은 이제 겨우 초보단계를 벗어났을 뿐이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이 이제야 우주센터를 갖게 된 것 자체가 경쟁국들에 비해 우리가 얼마나 뒤처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주개발 선진국이 갖춰야 할 3대 요건은 우주센터와 인공위성, 우주발사체를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번에 준공된 나로우주센터의 경우 러시아 기술을 기반으로 80% 정도의 국산화를 이뤘다고 한다. 인공위성 제작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발사체 기술은 아직 북한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게 현실이다. 맨땅에서 시작해 이만한 정도의 기술 자립을 달성한 것도 대견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주개발 각 부문의 국산화와 독자적 우주기술 확보에 더욱 진력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와 산업계, 정부가 힘을 합쳐 국내의 과학기술 역량을 우주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우주개발에 대한 학계의 치열한 연구열정과 민간의 선제적 투자,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우리의 우주개발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성원도 필요하다. 나로우주센터가 대한민국의 21세기 우주강국의 꿈을 이루는 모태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