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황무지에서 쑥쑥 크는‘녹색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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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남동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달리자 드넓은 초원 언덕에 직경 약 3.5m 크기의 바람개비 세트 3개가 힘차게 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성청정에너지연구소의 박문희 소장은 “이런 거친 바람 덕에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려 감자를 재배하고 나무를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성그룹이 몽골 랄라이흐구 지역에 설치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시스템. 시간당 110㎾의 전력을 생산해 지하 150m에서 시간당 8t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작물을 재배한다. [대성그룹 제공]


이곳은 대성그룹이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건설한 풍력·태양광 복합 발전소다.

이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만 가지고 지하 150m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초원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나무를 키운다. 일명 GEEP(Green Eco Energy Park) 프로젝트. 2007년 ‘한·몽골 국제연구과제’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울란바토르 외곽 지역인 랄라이흐구 지역 330만㎡를 몽골 정부에서 60년간 무상으로 임대받아 시작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으로 대성그룹이 프로젝트를 주관해 현재까지 27억원을 투자했다. 대성이 전반적인 사업을 주관하고 풍력기계 생산 업체인 준마엔지니어링, 안전설비 업체인 비제이피엔에스, 호서대 등이 참여했다.

이날 공개된 풍력발전설비는 바람개비 한 개가 시간당 10㎾h의 전력을 생산한다. 10m 길이의 전열판 8세트를 통해서는 시간당 80㎾h가 만들어진다.

이들 전력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데 주로 사용된다. 시간당 8t이 넘는 물을 지하에서 뽑아 올려 지상 저수지로 이동시킨다. 각각 5000t, 1000t, 2000t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에 옮겨진 물은 12만㎡의 땅에 공급돼 감자를 재배하고 묘목을 키우는 데 쓰인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이준현 원장은 “이번 시설 완공은 우리 기업들이 최초로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실용화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바트바야르 찬드라 몽골 에너지청 국장은 “사막화 방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지하수를 어떻게 뽑아 올려 작물과 나무를 제대로 키워 나가느냐 하는 것”이라며 “대성의 풍력·태양광을 이용한 지하수 개발은 몽골의 조림사업 정책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성은 이 복합발전 시스템을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투입할 계획이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드넓은 초원 지역에 수백 가구씩 군락을 형성한 곳 중 아직도 전기가 없는 데가 많다”며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계속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초기 설비비가 비싸다. 풍력발전설비 하나를 설치하는 데만 약 5000만원이 든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몽골 정부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비용의 3분의 2는 한국 정부가, 나머지는 대성이 지원한다. 김 회장은 “정부나 사회단체, 기업 등이 조금씩 이런 지원을 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질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몽골의 풍부한 자원을 공동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수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랄라이흐구(몽골)=문병주 기자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구리·유연탄 자원 풍부 … 몇 년 안에 수익 가능”

김영훈(57·사진) 대성그룹 회장은 “몽골은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사업성을 검증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나라 정부 기금을 투자한 원조 차원이지만 몇 년 안에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 세계에너지협의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몽골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수익성 있나.

“몽골 정부에서 330만㎡를 60년간 무상임대받아 이 일대의 녹화작업 및 몽골 문화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복합발전 시스템은 그 시작일 뿐이다. 테마파크와 골프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

-효용성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나.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비용 대비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몽골은 인구가 250만 명이다. 수도 울란바토르에 100만 명 정도가 모여 살고 그 이외의 지역에 나머지 인구가 흩어져 산다. 대부분 500∼1000가구 정도의 소규모 부락이다. 이 지역에 전선을 까는 비용보다 초기 비용이 비싸더라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시스템이 경제적일 수 있다.”

-정부의 공적개발원조를 몽골 지방에 투자한 이유는.

“몽골은 땅만 파면 유연탄·구리 등 자원이 나온다고 할 만큼 풍부하다.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공급해 주는 대신 우리나라가 필요한 광물자원 개발권을 쉽게 따낼 수 있을 것이다. ”

랄라이흐구(몽골)=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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