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87개 유치원 스승의 날 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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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번 스승의 날은 등원 (登院) 하지 않습니다.꽃이나 선물도 받지않으니 집에서 가정교육 시켜주세요. " 13일 오후 서울강남구 M유치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온 尹모 (6) 양의 어머니 鄭모 (33.회사원.강남구양재동) 씨는 이같은 내용의 가정 통신문을 받아보고 유치원에 전화를 걸었다.

부부가 맞벌이여서 아이 맡길 곳이 없는 鄭씨는 "스승의 날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학부모들이 많아 아예 유치원 교사들이 단합대회 겸 청계산 산행을 가기로 했다" 는 유치원측의 설명을 듣고 부랴부랴 시댁에 전화를 걸어 스승의 날 탁아를 부탁해야 했다.

마찬가지 사정인 또다른 유치원 학부모 金모 (35.강남구도곡동) 씨는 하루 놀게 된 아이를 맡길 곳이 여의치 않아 이날 회사에 월차를 내기로 했다.

많은 초.중.고교가 촌지근절 차원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대폭 줄이고 학부모들의 학교 방문을 사절키로 한 가운데 서울 강남지역 공.사립 87개 유치원은 아예 휴원을 선언했다.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촌지나 선물 공세를 피해 산행을 가기로 한 것. 사립 A유치원 李모 (27) 교사는 "강남지역은 학부모 소득수준이 높아 경쟁적으로 교사에게 선물을 보내는 바람에 여력이 안되는 아이나 학부모에게 위화감을 조성해왔다" 며 "차라리 하룻동안 산속에 들어가 좋은 공기 쐴 수 있게 돼 속 편하다" 고 말했다.

'스승의 날 휴원' 공문을 받은 강남교육청 유아교육계 관계자는 "촌지 부담 때문에 스승의 날 휴원하는 일은 처음 보았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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