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환노위 반쪽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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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2시50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한나라당 소속인 박진 외통위원장이 개회를 알리는 방망이를 두드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체 17명 중 14명이 회의에 나왔으나 야당 의석은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1명을 제외하곤 텅 빈 상태였다. 전날 황진하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3명이 북핵 위기, 한·미 정상회담 등 현안에 대한 외통부의 보고를 받겠다며 개회요구서를 제출했으나 야당은 회의를 거부한 채 나오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선 국회법 절차에 따라 의사 일정을 통보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회의를 열게 돼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나마 박선영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박 위원장의 회의 강행에 유감을 표시한 뒤 퇴장해 버려 이날 회의는 완전히 여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비슷한 시각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위원장은 개회를 선언하자마자 “한나라당 의원 7명이 비정규직법 논의를 위해 개회를 요구했으나 의사 일정 협의가 원만히 안 돼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려우니 산회하고자 한다”며 회의를 끝내버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항의했지만 추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6·10이란 특수한 날이어서 다른 공간에 가 있다. 너그럽게 양해해 달라”며 자리를 떴다.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일정 합의가 안 됐음에도 외통위·환노위 개회를 추진한 것은 북핵 위기와 비정규직 문제란 시급한 현안을 민주당이 외면한 채 장외로 나섰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날 장외집회에 나간 민주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6·10 항쟁의 결과로 직선제와 민주적 의회제도를 부활시켰지만 그때의 상황과 22년이 흐른 지금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항쟁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은 좋지만 과거 회귀적인 투쟁 일변도로 뛰쳐나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애써 마련된 민주의 전당을 외면하고 길거리 정치에 몰두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정말 딱하고, 언제 고질적인 가두투쟁 습성을 버릴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재야 세력이 주도하는 장외집회에 동참한 것은 민생보다는 사회 갈등을 부추겨 정국 주도권을 잡아 보겠다는 정략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한나라당만으로 상임위부터 열겠다는 것은 단독 국회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같다”면서도 “민주당도 6·10 항쟁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들어오라”고 양측을 모두 압박했다.

◆“대북 경제 제재, 개성공단엔 영향 없어”=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외통위 답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준비 중인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강제 규정인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해 결의한 것은 상당한 강제력이 따르며,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상황에서 제재가 흐지부지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금융 제재와 관련, “정상적인 무역거래나 인도주의, 개발 협력을 위한 것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안보리 제재가 개성공단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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