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구조조정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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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들어 대학분규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선 한국외국어대가 재단분규와 부정편입학문제로 몇달째 시끄럽고 지방에선 서원대를 비롯한 10여개 대학이 분규.비리문제로 교육부 감사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학이 똘똘 뭉쳐 자구노력을 해도 살아남기 힘든 형편에 집안 싸움으로 스스로 묘혈을 파는 한심한 대학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부실은 크게 보면 두가지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

비리를 둘러싼 재단 지배권 싸움과 경영 부실이다.설립자 집안내 소유분쟁과 무능력한 재단의 방만한 경영이 주원인이다.

주먹구구식 대학경영을 답습하면서 시대에 맞는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결과다. 부실기업만 사고 파는게 아니다.

이젠 부실대학도 헐값에 팔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시대를 맞고 있다. 실제로 지방대학간에 합병타진이 은밀히 진행되는 곳도 있다.

또 교육부는 지방 교육대와 사범대의 통합문제를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자생존의 논리에 따라 부실 대학은 더 이상 존립하기 힘든 치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현재 1백50여 대학이 2000년대에 가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위기상황이다.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선 헤게모니를 따지기 전에 대학의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재단.교수.학생은 대학 구성의 세 요소다. 서로 한 마음으로 뭉쳐 작은 이해관계를 떠나 위기타개책을 모색할 때다.

분규가 없는 대학도 자구노력을 위해 지역간 연대와 공조, 학과간 통합과 대학간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96년 부산공대와 부산수산대가 합쳐 부경대로 새로 탄생했다.

교육부는 지방 국.공립대학의 구조조정에 선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좁은 지역에 국.공립대학이 두개 이상 난립한 경우 유사한 학과를 합치고 도서관.첨단장비 공유화도 추진해봄직 하다. 이 단계를 거쳐 대학합병을 유도할 수 있다.

대학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학마다 머리를 짜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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