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부농됐다]6.사슴 목장주 최덕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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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 봉화군 재산면 현동4리 최덕규 (崔德奎.58) 씨의 사슴목장은 하늘이 맞닿는 청량산 마루에 자리하고 있다. 기온이 낮고 숲도 우거져 사슴을 방목하기에 제격이다.

지난해 8월 崔씨가 둘러보고 '바로 여기구나' 하고 단번에 결정했다. 고향은 충북 음성이지만 값싸고 너른 초지를 찾아 연고도 없는 두메산골까지 왔다.

그의 전직은 서울에 있는 에너지관리공단 업무과장. 개인사업을 하다 87년에 입사, 지난해 명예퇴직할 때까지 줄곧 한곳에서 근무했다.

'제2인생' 의 보금자리를 꾸린 것은 지난해 10월. 고향 땅을 팔고 퇴직금 등을 보탠 5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6만여평을 사들인 뒤 살 집을 짓고 2천평의 현대식 사슴 축사도 쌓았다.

축사의 지붕과 철망 칸막이는 산세에 맞게 직접 설계했다. 귀농전에 국내 사슴목장은 웬만큼 다 둘러보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의 사육두수는 67마리. 그동안 '새끼 불리기' 가 순조롭게 진행된 데다 병들어 죽지도 않아 몇달뒤면 1백마리로 늘어난다. 그의 사육비법은 야생에 가깝게 키우는 것. 1만평 규모의 방목장에 마음껏 뛰놀게 해 상품 (上品) 의 녹용과 고기를 생산하고 있다.

수입사료 대신 6천평에 심은 옥수수와 솔잎.콩깍지 등을 써 사슴의 발육도 좋아지고 사료값도 줄일 수 있었다. 자신이 사들인 야산에서 지난해부터 자연송이 20㎏을 채취했고 호박도 10트럭 분이나 따냈다.

올봄에는 15년 앞을 내다보며 산삼 씨앗인 장뇌 1말을 곳곳에 뿌렸다. 표고버섯 1만본도 재배를 시작했다.

그는 귀농 7개월이 된 현재까지 사슴고기에 한약재를 혼합한 사슴 엑기스를 만들고 송이를 채취해 2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일년이 되는 올 가을이면 사슴새끼가 태어나고 녹용을 잘라낼 수 있어 모두 6천만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빨리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 준비가 충실했던 덕분이다. 정년 이후를 생각해 5년전 부터 고향에 사슴 11마리를 기르며 틈틈이 전업 실험을 시작했다.

사슴을 선택한 것은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8년전 중풍에 걸려 반신이 마비돼 병원을 전전하던 중 한의사가 처방한 녹용을 먹고 거짓말같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서울과 음성을 오가며 사슴 기르기에 자신이 붙자 귀농을 결심했다. 퇴직한파가 몰아칠 즈음 그는 오히려 부푼 꿈을 안고 퇴직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 목장은 많게는 50가족, 적어도 10가족이 넉넉히 살 수 있다" 며 "보증금 2천만원만 있고 성실하게 일할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환영" 이라고 말했다. 벌써 그의 뜻을 전해들은 젊은 실직자 두사람이 찾아왔다고 한다.

연락처 0573 - 73 - 8551.

봉화 =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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