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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법 수술실서 한달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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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이 수술대에 올라 있다.금융기관이 망해도 2000년까지는 정부가 책임 지고 예금 원리금을 모두 보장해 준다는 지난해말 정부발표 이후 금융기관이나 예금자 할 것 없이 '도덕적 해이' 가 심각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실금융기관일수록 고금리경쟁에 열을 올렸고 예금자들도 원리금 떼일 걱정 없이 이들 기관의 고금리상품으로 앞다퉈 몰려들었다.

◇어디까지 보장해 주나 = 예금이탈을 막기 위해 일단 2000년까지 예금자의 원금은 전액 보장해 준다.다만 이자는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의 평균 정도로 일정한 제한을 둔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정부가 상한선을 9%로 정했는데 19%짜리 고금리상품에 들었다가 금융기관이 문을 닫게 되면 예금자는 10%포인트에 해당하는 이자를 못 받게 된다.

그러나 개정시행령이 소급적용되지는 않으므로 시행일자 전에 든 예금은 원리금을 전액 보장받는다. 정부는 2001년 이후에는 다른 선진국들처럼 원금 보장에도 제한을 둔다는 생각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과 세계은행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원금보장 상한선을 1인당 2천만원까지로 통일할 계획" 이라며 "추후 이 상한선을 더 낮출 수도 있다" 고 말한다.

또 모든 금융상품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예컨대 투자자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선택하는 은행의 실적배당신탁이나 은행.증권사 등이 발행한 환매조건부채권 (RP) 등은 제외될 예정이다. 또 외화예금,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 (CD) , 법인이 가입한 보험상품 등은 2000년말까지만 한시적으로 보장해 준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 지난 3월말 기준 예금보험기금 잔액은 약 9천억원.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금을 통해 치러야 할 비용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임을 예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정부는 종합금융사들의 예금지급과 서울.제일은행 출자를 위해 6조5천억원 상당의 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정부는 우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은행.종금.신용협동조합등 금융권별로 예금보험요율을 상향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같은 금융권내에서도 부실한 금융기관에는 더 많은 보험료를 물도록 요율적용을 차등화할 계획이다. 또 공기업 매각자금중 일정부분을 기금에 지원받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시행령 개정작업 왜 자꾸 늦어지나 = 당초 지난 4월1일자로 실시될 예정이었던 시행령 개정작업이 한 달여째 지체하도록 한 걸림돌은 보증보험 문제. 원래 정부는 보증보험회사들이 지급보증한 회사채발행분은 예금보장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연 35조원에 이르는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돼 기업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문제는 또 1조원 이상 자본잠식 상태인 양대 보증보험회사의 처리방향과도 관련돼 있다. 보증보험을 포함한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일정은 금융감독위원회 소관이다.

신예리 기자

〈shi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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