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감독기능 금감위에 넘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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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감사원은 지난해 말 '카드대란'의 원인을 금융감독기구.카드사.소비자가 함께 빚어낸 시스템 위기로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감독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기는 등 금융감독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카드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드대란 왜 발생했나=감사원은 1차적인 책임을 카드사들에 지웠다. 감독당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카드발급 신청자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해 보지도 않고 카드를 남발, 결국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카드 빚을 합쳐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최대인 260조원에 달했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카드업 부대업무에 대한 규제가 완화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수익률이 높은 현금서비스 위주의 영업을 늘리기 위해 외부 금융기관에서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에 따라 2002년 말 현재 외부 차입금 규모가 99년 대비 5배로 늘었고, 현금서비스 규모는 같은 기간 무려 7.6배로 증가했다.

감당할 능력도 없이 카드를 사용한 소비자들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2002년 말 현재 카드를 4개 이상 가진 사람은 1023만명이고, 이들 중 '돌려막기'로 카드빚을 갚는 사람이 107만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감독기관들이 카드사와 소비자들의 이런 행태를 제대로 감독했더라면 카드대란은 막을 수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카드소지자들의 무분별한 돌려막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복수카드 조회시스템'을 아예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을 지휘하는 금감위도 손을 놓고 있었다. 금감위는 카드사의 방만한 경영을 제재하도록 고안된 '적기 시정조치'의 발동요건을 수시로 바꿨다.

재정경제부도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신용카드사의 총차입한도,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등을 폐지해 카드사의 부실을 키웠다.

◇금융감독체계 개선방안=감사원은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현재의 다원화된 금융감독시스템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재경부.금감위.금감원으로 삼원화된 감독체계를 최소 이원화 체계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감독체계 개편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하고 단기적으론 감독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해당 기관 및 시장 반응=금감원은 감사원의 이번 발표에 "인사징계를 감독원에만 내린 것은 형평성에 위반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감사원이 "민간조직인 금감원이 정부의 행정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부분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재경부와 금감위는 "감사원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감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감독체계 개편과 관련, "감독체계는 하나로 통합돼야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봉수.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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