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꿈의 암치료제' 개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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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궁하면 돌아가라' . 미국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고 있는 안지오스타틴과 엔도스타틴을 이용한 암치료는 발상의 전환이 가져다준 과학의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안지오스타틴과 엔도스타틴은 혈관내벽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특수단백질. 수술과 항암제.방사선.면역증강제란 현대의학의 4대 무기에도 끄떡하지 않았던 암세포 대신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공격해야한다는 하버드의대 주다 포크먼 박사의 아이디어가 적중한 것이다.

그의 이론은 지난해 12월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일부가 공개돼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미 국립암연구소 (NCI) 의 동물실험결과 발표로 더욱 확실한 효과를 인정받은 셈이다. NCI에 따르면 이들 혈관증식억제물질을 투여한 결과 종양이 1~2㎜ 크기로 대폭 축소되었으며 다른 장기로의 전이현상도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실험용 쥐들은 치료후 평균 11개월 살아 제 수명을 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혈관증식억제단백질의 생체내 작용은 인체가 손상받았을 때 조직이 무한정 자라지 않게 통제하는 것. 지금까지 9종이 밝혀졌다. 이중 암치료에 가장 먼저 응용되고 있는 것은 임신부의 항구토제로 개발됐다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를 낳게 해 수십년간 판매금지된 탈리도마이드. 현재 탈리도마이드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중이며 조만간 미 식품의약국 (FDA) 의 승인이 임박해있다.안지오스타틴과 엔도스타틴은 효과면에서 탈리도마이드보다 훨씬 뛰어난 혈관증식억제물질. 문제는 체내에서 극소량 분비되는 단백질이라 대량생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벤처기업인 엔터메드사가 거대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사와 공동으로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한 합성에 성공, 6개월 이내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질 전망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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