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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항공사 화물운송료 담합 혐의 ‘국제 카르텔’ 첫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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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항공사들의 화물 운송료 담합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와 10여 개 외국 항공사가 그 대상이다. 공정위가 국내 항공사의 담합을 조사한 적은 있지만, 외국 항공사를 망라해 국제 카르텔 여부를 독자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내외 항공사들은 2001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화물의 운송료를 사전에 협의해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국제 유가, 보안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각종 명목의 부가운임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화물 운송료를 담합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유가가 급등한 이후 화주들에게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는 과정에서도 사전 협의가 있었던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하고 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8일 “이미 외국계 항공사 서울 사무소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쳤으며,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화물 운송료뿐 아니라 여객 운임 등 다른 사항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항공사 외에도 10건 정도의 글로벌 가격 담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결과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국 경쟁당국도 국제 항공 운송료 담합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항공 화물, 여객 운임 담합 혐의로 피소된 영국·일본·호주 등 15개 항공사에 대해 2007년부터 올 4월까지 총 16억137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유럽연합(EU)·호주 등도 제재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계 경쟁당국은 각종 국제 카르텔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다. 산업연구원 심영섭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에 글로벌 기업들은 반덤핑 같은 관세를 신경썼지만 요즘은 각종 카르텔 제재와 과징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반독점법을 시행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국제 카르텔=카르텔은 기업들이 경쟁을 피하고, 이익을 많이 낼 목적으로 가격이나 생산량 등을 협의해 담합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 카르텔은 말 그대로 2개 이상 국가의 기업들이 참여해 결성한 카르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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