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핵 … 싸울 땐 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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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군사 대국화 행보가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 핵무장론, 적 기지 선제공격론이 제기된 데 이어 일 정부가 무기 수출 3원칙의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무기 수출 3원칙 완화 문제는 일본의 차기 주력전투기 도입이 늦어지면서 공론화됐다. 8일 NHK에 따르면 일 방위성은 차기 주력 전투기로 F-22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의회 등이 첨단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수출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일 정부 간담회와 자민당 국방위원회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전투기 등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외국과의 공동개발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기 수출 3원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무기 수출 3원칙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공산권, 유엔이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및 분쟁의 우려가 있는 국가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고 정한 것이 기본 골격이다. 76년에는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총리가 범위를 확대해 무기 수출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무기 공동개발 및 기술 제공, 무기 제조 외국 회사에 대한 투자도 금지했다. 그러다 2002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국과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공동연구 및 개발·생산에 대해선 ‘무기 수출 3원칙’에서 예외로 했다. 과거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할 때마다 군사적·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집권 자민당 우파는 이번에도 북한 핵실험을 차기 총선 카드로 활용한다는 계산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7일 도쿄도의회 선거 지원유세에서 “핵폭탄을 갖고 있고 이를 운반할 능력이 있는 나라가 이웃에 있다”며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적 기지 공격론’에 대해 “일정한 틀을 갖춘다면 법리상으로 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아소 총리는 대북 강경정책을 내세워 승부수를 건 모양새다.

제1 야당인 민주당 역시 표를 의식해 대북 강경론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 실시된 요미우리(讀賣)신문 여론조사에서는 “북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88%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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