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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 재판 40회 37개월째 1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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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에 대한 40번째 재판이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촬영이 금지돼 있는 법정에서 황우석 박사 등 피고인 6명을 스케치했다. 왼쪽부터 황우석 박사, 김선종 전 미즈메디 병원 연구원, 이병천 서울대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 나머지 흐리게 표현된 이들은 변호인들이다. [법정 스케치=김회룡 기자]

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황우석 박사를 비롯해 이병천 서울대 교수,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 김선종 전 연구원 등 이른바 ‘황우석 사단’이 2년 반 만에 피고인석에 모였다.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지만 서로 눈길 한번 주고받지 않았다. 재판은 황 박사를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확인하고, 다음 재판에 나올 증인을 선정한 뒤 30여 분 만에 끝났다. 황 박사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교수 등을 만난 게) 오랜간만이네요”라고 말하고 법정을 나섰다. 그는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 수상자로 결정돼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상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에 재판이 열리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황 박사 사건 1심 재판이 이제 4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날 열린 재판이 40번째다. 황 박사는 2004~2005년 사이언스지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한 뒤 줄기세포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기업체로부터 28억여원의 연구비를 받아내고 난자를 불법으로 매매한 혐의로 2006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6월 첫 재판이 열렸고 황 박사팀 연구원, 서울대 조사위원회 관계자, 각계 전문가 등 지금까지 60명이 넘는 증인이 나와 증언했다.

재판은 진위 검증이 쉽지 않은 최첨단 생명과학 분야에 관한 것이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이 100여 명에 달해 1심 재판으로는 유례 없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황 박사 외에 이 교수, 강 전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 김선종 전 연구원,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 등 6명. 하지만 대부분의 공소사실이 황 박사에게 집중돼 있어 지난 2년간은 주로 황 박사만 나와 재판을 받았다. 황 박사가 마지막으로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재판을 받은 것은 2006년 12월 일곱 번째 재판 때였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배기열 부장판사는 “황 박사 관련 증인신문이 마무리되면서 재판의 상당 부분이 정리됐다”며 “올해 가을에 선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29일에 열린다. 이날 재판에는 황 박사 측 증인으로 황만성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선종 전 연구원 측 증인으로 황 박사 밑에서 함께 일했던 권대기 전 연구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황우석, “원천기술 있다” 주장 계속=황 박사는 법정에서 ‘원천기술’이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재판의 표면적인 쟁점은 황 박사가 논문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연구지원금을 타내려 했는지, 즉 사기 혐의다. 하지만 실제로는 황 박사가 2004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1번 줄기세포(NT-1)가 서울대 조사위 발표대로 ‘처녀생식’인지 여부다. 서울대 조사위는 2006년 1월 “황 박사의 줄기세포는 인위적인 핵 이식이 아닌 자연적으로 생긴 ‘처녀생식’ 줄기세포”라고 발표했다. 검찰도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황 박사는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얻어낸 줄기세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연구에 참여했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문신용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을 상대로 “처녀생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증언을 받아내는 데 주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그럴 것이란 추측을 말하지 말고 팩트(사실)를 말하라”며 반대신문을 펴 나갔다.

황 박사의 대변인으로 불리기도 했던 안규리 서울대 교수도 황 박사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안 교수는 지난해 4월 22번째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줄기세포는 없었다. 황 박사는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공동 연구자에게 설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허위 논문으로 연구비를 타냈다는 부분에 대해선 연구비를 지원한 농협 측 관계자가 “축산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에 따른 후원금”이라고 증언했다. SK가 후원한 10억원의 경우 “순수한 후원금”이란 변호인 측 주장과 “상용화 우선권 등 반대 급부를 주겠다며 받은 돈”이란 검찰 측 주장이 맞서고 있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는 것도 진풍경이다. 이들은 서울 서초동 법원 정문 앞에 플래카드 등을 걸어놓고 황 박사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주요 피고인 혐의와 주장

황우석

혐의
: 연구 성과를 과장해 28억여원 을 받아 이 중 일부를 가로챈 혐의(사기·횡령 등)

주장 :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는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얻은 것으로 ‘처녀생식’아니다. 원천기술 있다”

이병천 서울대 교수(사진)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

혐의
: 세금 계산서를 허위로 만들어 제출한 뒤 연구비를 지급받은 혐의(사기)

주장 : "수령 당사자인 연구원들에게서 위임받아 모두 연구비로 사용한 것이다”

김선종
전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혐의 :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 배아복제 줄기세포에 섞어 심은 혐의(업무 방해 등)

주장 : "줄기세포 섞어 심기 등 혐의 사실 인정한다”


박성우·최선욱 기자, 법정 스케치=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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