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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41>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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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기사를 보면 경기 관련 내용이 자주 나온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 아직 터널을 지나가는 중이라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경기와 앞으로의 전망 을 빠르고 쉽게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한 대표적인 지표가 기업경기실사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다. 기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ㆍ내수 시장의 최일선에서 경기 변동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체감경기와 전망을 조사한 BSI는 다른 경기 지표보다 피부에 와 닿는다. 따라서 BSI에 숨어 있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면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skbae@fki.or.kr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달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현장 기업들이 매우 중시하는 지표다.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향후 경기 방향을 예상하고, 생산과 자금 운용 등 경영 판단을 한다. BSI는 다음 달 경기를 가장 빠르게 예측하는 지표로 거의 유일하다. 특히 주요 기업 총수들이 모이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국내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자료로도 사용한다.

어떻게 조사하나

매월 600개 기업에 8개 부문 묻는 설문 보내

전경련은 매출액 기준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한다. 600대 기업은 매년 7월 한국신용평가정보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금융업체와 같이 경기 대응성이 작은 일부 업종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나라 기업 결산이 대부분 연말·연초라 조사 대상 기업 선정 때 당해 연도 매출액 기준을 사용하지 못한다. 전년도 또는 전전년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예를 들어 지난달 BSI 조사 대상 기업은 2007년 매출액 기준으로 선정된 600대 기업이다. 600대 기업의 매출액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액의 50%를 웃돈다. 따라서 전경련은 이들 기업 대상 조사가 한국의 기업 경기를 충분히 대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사는 우편, 팩스, e-메일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매달 초 우편으로 조사표를 발송하고 이후 e-메일을 통해 2차로 조사표를 보낸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조사 결과를 회수한 뒤에도 응답하지 않는 기업이 있으면 전화로 설문조사를 한다. 1975년 9월부터 30년 넘게 매월 BSI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내용은 종합경기, 내수, 수출, 투자, 재고, 고용, 자금사정, 채산성 등 8개 부문이다. 설문지가 앞뒤 한 장으로만 구성될 정도로 질문 내용이 간략하다. 응답자는 각 질문에 대해 종합경기 상황의 경우 ‘개선’ ‘동일’ ‘악화’ 중 하나를 고른다. 세부 질문은 ‘호전’ ‘보통’ ‘부진’ 등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질문과 보기를 간편하게 한 것은 설문의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응답 과정에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경련 BSI는 대상 기업의 응답률이 90% 내외다. 일반적인 설문조사 응답률이 40%대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다. 또 조사 과정의 간편성과 응답의 편리성으로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실시간 중계하고 있는 셈이다. 복잡한 계량 모형을 통해 도출되는 다른 경제 지표는 조사 방법과 집계의 복잡성으로 실제 경기와 차이가 크다. 특히 소비와 투자, 수출입 등 실물 지표는 조사·집계 시간이 많이 걸려 신속하게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최근같이 경제 상황이 급변할 때는 경기 전망 판단의 근거 자료로 BSI가 더욱 유용해진다. 조사는 매월 초 시작해 중순까지 하며 이후 매월 20일을 전후로 약 5일간 미응답 기업에 대한 전화 조사를 한다. 집계된 조사 결과 발표는 매달 말일께 한다.

일부 학자는 BSI가 다른 조사 방법과 비교해 시의성은 있으나 지나치게 단순화된 질문과 답변으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경련은 계절 조정지수와 매출액 가중지수를 개발했다. 조사된 원지수가 계절별 요인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경기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잣대 가운데 하나다. 기업들 스스로 현 경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사진은 경기에 따라 수출입 화물량이 차이를 보이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전경. [중앙포토]

어떻게 분석하나

BSI 100 넘을 땐 “경기 좋아질 것” 기업 많다는 뜻

600대 기업이 작성한 설문지가 다 회수되면 작업의 편의를 위해 세 가지 기준으로 분류한다. 응답지 중 종합경기의 경우 개선이라고 응답한 것을 1그룹, 동일을 2그룹, 악화를 3그룹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즉, 3점 척도로 계산한다. 개선이라고 응답한 경우 1점, 동일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2점, 악화라고 응답한 경우는 3점을 준다.

지수 계산은 설문지를 통해 집계된 전체 응답자 중 전달에 비해 개선됐다고 답한 업체 수의 비율에서 악화됐다고 답한 업체 수의 비율을 뺀 다음 100을 더해 계산한다. 예를 들면 긍정(개선)과 부정(악화)의 응답이 각각 60%와 40%라면 60에서 40을 차감한 다음 100을 더해 120이 된다. 마지막에 100을 다시 더해 주는 이유는 BSI의 기준점이 100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BSI 지수가 100 이하면 이번 달에 비해 다음 달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또 100이 넘으면 이번 달에 비해 다음 달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BSI 실적지수가 100 이상이면 지난달에 비해 이번 달 실적이 좋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실적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항목별로 분석할 때 다른 항목과 달리 재고 항목에 대한 BSI가 100을 넘을 경우에는 전월 수준에 비해 재고가 많이 쌓여 있다는 의미로 경기가 안 좋다는 뜻이다. 100이면 재고가 전월 수준이다. 100이 안 되면 재고가 전월 수준 이하라서 경기가 좋다는 의미다.

또 정확한 지수 산정을 위해 계절별 특성을 고려한 계절조정지수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추석과 설 명절이 끼어 있는 달이나 학생들의 신학기가 되는 3월, 결혼식이 비교적 많은 5월 등에는 이러한 계절적 요인 때문에 경기가 좋은 것처럼 보인다. 반면 28일밖에 없는 2월은 근무일수가 다른 달에 비해 적어 경기가 부진하며, 7∼8월은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진행되면서 경기 부진 양상을 보인다. 이 밖에도 12월부터 2월까지 동절기는 다른 계절에 비해 산업활동이 미진해 경기가 부진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실물경기를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BSI 지수에서 계절적 요인을 뺀 계절조정지수를 함께 발표한다.

또 매출액 10조원인 기업 한 곳이 ‘경기 개선’으로 응답했지만 매출액 100억원인 기업 두 곳이 ‘경기 악화’로 응답한 경우 기본적인 BSI 지수에서는 모두 ‘1’로 계산돼 ‘경기 부진’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따라서 해당 기업들의 경제적 비중을 고려한 매출액 기준 가중치를 적용한다. 전체 600대 기업의 매출액에서 각 기업이 차지하는 매출액의 비중(%)을 곱한 가중치를 적용해 계산한다.

다른 지수와 비교

CSI는 소비자 심리 상태 나타내

BSI는 한국은행에서도 발표한다. 한국은행의 BSI는 1966년부터 82년까지 분기별로 작성되다가 일시 중단된 뒤 91년 2분기 재개됐다. 2003년부터는 분기별로 조사되던 것을 월별로 바꿨다. 전경련과 마찬가지로 월말이 되기 10일 전을 전후로 조사해 약 5일간 실시한 뒤 월말이나 하루 전에 결과를 발표한다.

그런데 조사 대상은 전경련의 BSI와 다르다. 법인세 신고업체 중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30억원 이상인 업체를 1차 대상으로 한다. 제조업 21개 업종과 비제조업 11개 업종을 아우른다. 이 중에서 최종 대상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매출액 30억원 이상인 기업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종별, 매출액 규모별로 세분화한 뒤 임의로 업체를 추출한다. 올해는 2929개 업체가 조사 대상이다.

질문은 세 가지다. 우선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질문이다. 다음으로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이달의 매출 등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이고, 마지막으로 지난달과 비교해 이달 사정이 어떤지를 묻는다. 둘째와 셋째는 변화의 방향이 어떤 추세를 보이는지에 대한 것이다.

경제 상황에 대한 질문은 여섯 가지다. 업황과 제품 재고, 생산설비, 당초 계획 대비 설비 투자 규모,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설비 투자 규모, 인력 사정 등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는 질문은 여섯 가지다. 매출, 내수 판매, 수출, 생산, 신규 수주, 가동률 등이다. 대체로 기업의 실적과 관련된 항목이다. 바로 전달과 비교한 항목에서는 제품 판매가격, 원재료 구입가격, 채산성, 자금 사정 등 시장과 관련된 질문이 대부분이다.

전경련의 BSI 조사는 비교적 간단한 질문이지만, 한국은행 조사는 이보다 복잡하다. BSI가 기업의 시각에서 본 경기지수라면 소비자심리지수(CSI·Consumer Survey Index)는 또 다른 경제 주체인 소비자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한국은행이 95년부터 분기별로 조사해 발표해 오다 지난해 8월부터 월별 조사로 전환했다. 통계청이 98년부터 소비자전망조사를 실시하다가 지난해 8월 이후 조사를 중단했다.

CSI는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비자평가지수로 나뉜다. 소비자기대지수는 현재와 비교해 6개월 뒤 경기와 생활형편, 소비지출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한 소비자의 전망을 나타낸다. 소비자평가지수는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와 생활형편, 소비지출이 어떤지에 대한 수준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의 CSI는 평가와 기대를 포함해 17개 항목에 대해 조사한 수치다. CSI 또한 BSI와 마찬가지로 최소 0에서 최대 200까지의 값이 있다. 100을 초과한 경우 긍정적인 답변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 미만인 경우 부정적인 답변이 더 많다는 뜻이다.

주가가 떨어지고 구조조정으로 실직 위험에 노출되면 당연히 소비자는 씀씀이를 줄이게 되고 CSI는 100을 밑돈다. CSI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인 만큼 BSI에 비해 심리적 요인이 작용할 여지가 더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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