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어학연수는 학생 수준따라 꼼꼼히 골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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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방학 단기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들 모습. 수준에 맞게 연수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장기 어학연수 보다 효과가 크다. [중앙포토]

자녀를 장기 어학연수를 보내려는 부모님은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다.

1년 이상 외국생활은 자칫 귀국 후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어렵게 만들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출국 후 3개월이면 긴장감이 떨어지게 되고 현지 생활에 익숙해져 공부를 안 하는 경우도 많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면 한 학년 유급해야 한다. 하나 더 지적하자면 1년씩 다녀와도 생각만큼 영어가 많이 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오랜 기간 해외로 나갈 필요없이 방학을 이용한 단기연수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단기연수는 학생의 실력을 잘 평가한 후 원하는 나라별 장단점을 잘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진, 수업시간, 가격, 숙식환경, 체험문화수준, 관리인(가디언) 등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꼼꼼히 따져보자= 대부분의 학부모는 일단 비용이 부담이다. 평균적인 가격으로 미국의 뉴욕이나 LA 등에서 한 달을 보내는 비용을 100만원이라 하면 영국 150만원 이상, 캐나다 90~95만원, 호주나 뉴질랜드는 80~90만원, 필리핀 30~40만원 정도다.

국가별 물가수준뿐 아니라 수업시간, 강사진 등 어떤 옵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보스턴의 하버드 식 교육은 180만원 정도다.

다음은 강사진을 살펴봐야 한다. 학생 실력이 토익 900점, 토플 100점 이상이라면 문제가 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초급수준의 회화 및 작문실력을 보이기 때문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교사진이면 충분하다. 다만 필리핀, 남아공,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는 반드시 검증(일정 테스트)을 거친 교사라야만 한다.

먹고 자는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서울 강남과 지리산 골짜기의 집값이 다르듯이 어느 지역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뉴욕만 하더라도 맨해튼과 차이나타운의 집값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 난다.

◆나에게 맞는 어학연수 알아보기= 상급 이상 실력으로 웬만한 자기의견을 영어로 말할 수 있고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미국을 추천한다.

다른 지역이 아닌 뉴욕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아이비리그지역에서 현지 아이비리그출신의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졸업생을 강사로 삼아, 보다 정확한 영어적 표현과 논리적 말하기 쓰기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물론 수업시간당 가격이 100 달러 이상으로 비싸 장시간 수업할 수 없는 단점이 있으므로 혼자서 공부하는 능력이 되는 학생에게 적합하다.

공부보다는 단지 문화체험으로 현지 경험을 쌓고 싶은 학생은 한국학생끼리 가는 체험은 지양해야 한다. 현지 원어민 또래 학생들과 같이 할 수 있는 현지 대학의 캠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MIT 캠프, 캐나다의 퀸즈대학 캠프 등은 매우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혹시 한국학생끼리 가서 며칠 공부와 여행을 하는 연수라면 차라리 부모와 함께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학생의 실력이 초·중급으로 학원 등 영어공부 경험은 있으나 실제 자유스런 토론까지 어렵다고 하는 경우로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부류는 장시간의 집중적인 공부가 필요해 필리핀을 추천한다. 한 개 반에 5명 내외 정원의 수업 또는 개별학습이 가능하다. 하루 10시간 이상의 수업시간과 보충시간. 또 좋은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는 저렴한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필리핀만의 장점이다. 싱가포르이나 말레이시아보다는 필리핀이 그 저렴한 가치를 충분히 채워줄 수 있다.

◆필리핀 단기연수 주의!= 필리핀은 저렴한 것이 장점이지만 저렴한 것만을 찾아서는 안 된다. 지역과 강사진에 따라 가격이 월 100~300만 원대로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저렴한 것을 찾기 이전에 아래 5가지 사항을 반드시 체크하여야 한다.

[1] 운영주체 반드시 검증된 영어전문가로서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운영해야 한다. 어설픈 교민이나 학원의 영리목적 캠프는 연수실패의 첫걸음이다.

[2] 지역 마닐라처럼 대기오염이 심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지역이나, 세부처럼 관광지로 유명해 공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3] 숙식장소 연수비용의 대부분이 먹고 자는데 들어가므로 저렴한 곳은 간혹 식사에서 벌레가 나오거나 집에 비가 샌다거나 하는 식의 한국인이 살기엔 어려운 장소가 될 확률이 높다. 가급적 현지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있는 주택가보단 무장보디가드가 출입을 통제하는 고급 빌리지나 리조트에서 머무르는 곳을 찾는 게 좋다.

[4] 프로그램 대부분의 홈스테이는 프로그램이 없다. 있다 하더라도 그냥 회화나 문법책을 위주로 강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연수기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전문 연수프로그램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하며, 그에 따른 교재 등을 미리 보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5] 강사진 필리핀 인구의 95% 이상은 영어를 썩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반 대학을 나온 발음 좋은 일반인을 튜터(가정교사)로 고용해서 쓰는데, 실제 테스트 결과 영어실력이 매우 저조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리핀 정부 인가 학교의 영어교사 또는 아테네오대학 또는 드라살대학 출신의 튜터가 있는 곳으로 선택하면 좋다. 올 여름 해외연수를 생각하면 이미 어느 나라에서 얼마의 기간을 공부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김선기 AP영어교육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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